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수술·시술·검사·입원 등 정상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뉴스1
“전공의 선생님들 업무를 다른 사람들이 대체하느라 병원이 분주해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30대 여성 정 모 씨는 “4살 딸아이 피검사나 X-레이 검사 결과를 들으려면 교수님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빠졌다 해도 이렇게 대기시간이 이전과 달리 계속 길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흘째인 이날 오전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는 대거 빠진 전공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의료진들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환자들은 아직 수련생 신분인 ‘전공의’ 이탈에 대형 병원이 휘청이는 모습에 “전공의에 너무 의존해 온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현재 이른바 서울 빅5 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로 평균 39%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에 입원한 김 모 씨도 “전공의도 아직은 교수님들 밑에서 배우는 단계라고 들었는데 전공의 선생님들이 공백이 크게 느껴질 정도”라며 “우리나라 최고 병원들이 전공의 이탈만으로 이렇게 흔들린다면 병원의 기형적인 구조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60대 남성 박 모 씨는 “이참에 대형 병원에만 쏠리고 집착하는 현상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고도 답했다.
같은 시간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 전공의 휴게실 곳곳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의사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감염내과에 입원 중인 70대 남성 조 모 씨는 “그나마 남은 전공의 1명이 환자들을 상당히 많이 관리하는 것 같았다”고 병원 분위기를 전했다.
빅5 소속 대형 병원 의사는 “낮은 수가로 대학병원 수입이 저조하기 때문에 일반의·전문의 고용이 어려운 구조다”며 “이 때문에 교육생 신분에 급여가 낮은 편인 전공의에 노동력을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대형 병원에 찾아와 전공의 집단행동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한 시민단체 대표 A 씨는 오전 10시쯤 갑자기 서울대병원 본관에 들어와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현수막을 펼치고 병원 안에서 소리를 지르다 보안 요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A 씨는 “나도 3월 외래 진료를 앞두고 있는데 취소될까 걱정되는 마음에 오게 됐다”며 “내일 경찰청에 가서 집단행동을 하는 의사들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21일) 오후 10시 기준 전공의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4.4% 수준인 9275명이며, 지난 20일보다 459명이 늘어난 수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4.4%인 8024명으로, 지난 20일보다 211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지난 21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7건이라고 밝혔다. 그중 수술 지연이 44건, 진료 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5건, 입원 지연은 2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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