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꺼져 경찰이 수신호… 울산 일대 대규모 정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6일 2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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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일대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고로 신호등이 꺼지면서 도심 주요 교통이 마비됐다. 사진은 교통의 요충지인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에 차량이 정체되는 모습.  울산매일신문사 제공
울산 남구 일대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고로 신호등이 꺼지면서 도심 주요 교통이 마비됐다. 사진은 교통의 요충지인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에 차량이 정체되는 모습. 울산매일신문사 제공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6일 오후 1시간 42분 동안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시민 15만5000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2017년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약 20만 세대 정전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 사고였다.

●카드결제기 꺼져 현금 판매만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7분경 울산 남구 옥·신정·무거동, 울주군 범서읍 구영·굴화리 등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정전은 1시간 42분 동안 지속되다 오후 5시 29분경에야 복구됐다.

정전이 울산 도심에서 발생한 탓에 불편이 컸고 울산소방본부에만 75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아파트 157개 단지 등에 정전이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주민 등이 갇힌 사고가 31건 발생했다.

갑자기 전기가 끊기면서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등 자영업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용석 씨(47)는 “음식점 전체가 한꺼번에 암흑이 되면서 영업을 중단했다”며 “피해가 큰데 누가 책임지느냐”고 하소연했다. 약국, 편의점 등에선 카드 결제기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결제 손님에게만 물건을 판매하기도 했다. 냉장고 냉동칸 등의 작동이 멈추면서 아이스크림 등이 녹아버렸고, 수족관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횟집 주인 등도 발을 동동 굴렀다.

구청 등 관공서 업무도 사실상 중단됐다. 주민 최승석 씨(34)는 “행정복지센터에 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으러 갔는데 내부가 어두웠고 자동발급기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공무원들도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진료 못 하고 환자 돌려보낸 병원


병원도 정전 때문에 파행 운영됐다. 일부 병원에선 컴퓨터와 진료 기계 작동이 안 돼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못하고 1시간 넘게 대기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은 환자를 돌려보냈다. 대형병원 기계식 주차타워가 멈춰 진료를 보고 나온 환자들이 차를 빼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환자는 “정전 때문에 진료를 못 받았는데 주차된 차까지 빼지 못해 오후 일정이 엉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울산 도심은 정전 여파로 극심한 체증을 겪었다. 신호등 140여 개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길목마다 교통경찰이 투입돼 수신호로 차량 흐름을 통제했다. 조민형 씨(43)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에 차량이 엉켜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정전 관련 안내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민 이모 씨는 “정전 직후 ‘일대 정전으로 119 신고가 폭증해 비긴급 신고는 110으로 하라’는 안전문자가 한 차례 발송된 게 전부”라며 “구체적인 행동요령과 언제 복구되는지 등 상황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옥동과 신정동 일대에는 3시간여 동안 단수로 물도 안 나오면서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주민 김모 씨(45)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는데 불이 꺼지고 물도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얼굴에 뭍은 거품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나왔다”고 했다. 다만 석유화학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 조선소 등은 비상발전시설을 가동하면서 정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전은 이번 정전으로 약 15만5000가구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옥동변전소 변압기 4개 중 3개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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