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도 “의대 갈 기회”… 증원소식에 학원주말반 등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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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시기-규모 확정되지 않았지만
2030직장인-대학생들 재도전 준비
입시학원들 “연말에 의대반 신설”
“정부, 증원발표 먼저해 혼란” 지적

“절호의 기회인 것 같아 일단 재수학원부터 등록했어요. 지금부터 준비해 늦어도 2026학년도에는 의대에 진학하는 게 목표입니다.”

명문대 자연계열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송모 씨(26)는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소식을 접하고 노량진의 한 재수학원 주말반에 등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의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다”며 “목표를 위해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에 ‘열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 ‘반수’ 도전하는 이공계 대학생 늘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대학생뿐 아니라 2030 직장인 사이에서도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부터 입시 전반에 걸쳐 의대 진학 열풍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이공계 상위권 대학생 중에는 ‘반수’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입시 때 의대를 지망했지만 탈락하고 자연계열에 진학했다는 이화여대 2학년 재학생 A 씨(22)는 의대 정원 확대 소식을 접하고 교양과목 3개를 수강 취소했다. A 씨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을 모두 비대면으로 바꾸고 인터넷 입시강의 업체 2곳의 수강권을 끊었다”며 “성형외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겠다는 꿈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KAIST 이공계열에 다니는 3학년 B 씨(22)도 최근 반수 결심을 하고 입시 공부를 시작했다. B 씨는 “원래 연구직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의대 정원 확대 소식을 듣고 소아과 의사가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며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집 인근 독서실에서 열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 중앙대 공대 1학년 김모 씨(20)는 수의대 반수를 고민하다 의대로 목표를 바꿨다. 김 씨는 “의대 정원이 1000명 이상 늘어날 거란 보도를 보고 상대적으로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아 의대 진학 준비를 시작했다”며 “내년부터는 주말 학원도 다니면서 복무 기간을 마치기 전 의대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입시업계 “의대 준비반 늘 것”


전문가들은 내년에 구체적인 정원 확대 규모 등이 발표될 경우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늦깎이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입시학원은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반수생 및 직장인 유입에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재수학원도 연말에 ‘반수생 전용반’을 신설한다는 방침을 최근 확정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에 진행되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의대 정원 확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학원업계에선 조만간 반수생이나 의대 진학 지망 직장인 등을 위한 반을 개설하거나 늘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의대 선호 현상이 여전히 강한 만큼 정원 확대 방침 발표로 의대에 도전하는 직장인과 대학생 등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부 계획도 세우기 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하며 의대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가급적 빨리 필수의료 인력 부족으로 증원이 필요한 과나 지역의 정원을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박경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수료
여근호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수료
#의대#증원#반수#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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