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스러울 정도로 살았던 내 딸”…3명 살리고 하늘로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6일 11시 30분


사고로 뇌사 빠진 이휘영씨, 장기 기증
모친 "존경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산 딸"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상태였던 이휘영(28)씨가 지난달 14일 을지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8월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 상태가 됐다. 이씨의 가족들은 고인이 삶의 끝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명예롭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활동적이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또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을 싫어해 계획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성실하고 바른 친구였다고 한다.

이씨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주말마다 종묘에서 문화해설 자원봉사를 해왔고, 해피무브 해외 봉사, 숙명여대 박물관 지킴이 등으로 활동해왔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직장 동료들은 물론 상사들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아버지 이재삼 씨는 “애석하게도 짧은 삶을 살다 떠나지만, 장기기증으로 또 다른 생명에게 생명을 베풀었다“면서 ”딸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 비통하고 애가 타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던 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도 속에 하늘나라로 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정자 씨는 “딱 서른의 나이에 힘든 세상 속에서 아파하다 이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하나의 별이 돼 먼 길을 떠났다”며 “(딸이)어른인 내가 봐도 존경할 정도로 열심히 산 만큼 의미 없는 끝이 아닌 새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사랑한다”고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3명의 생명이 새 삶을 살 수 있었다“며 ”생명을 살리고 떠난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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