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뻘’ 택시기사 폭행한 20대 해군 중사…“강력 처벌” 공분 [e글e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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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8일 0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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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중사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택시기사.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해군 중사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택시기사.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현직 해군 중사가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택시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CCTV 장면이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중사에게 폭행당한 택시 기사는 갈비뼈 5개가 골절되는 전치 6주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지난달 19일 오후 11시경 부산 남구에서 벌어졌지만, 지난 13일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택시 내부 블랙박스와 현장 CCTV가 공개되면서 다시 재조명됐다.

방송에서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택시에 탑승한 A 씨(20대·남성)는 택시에 탑승한지 얼마 안돼 아버지뻘인 택시 기사 B 씨(65)에게 반말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A 씨는 “처맞을래” 등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면서 B 씨를 향해 손찌검하는 시늉을 하거나 운전석을 넘어 운전 중인 B 씨를 위협했다. 이에 B 씨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B 씨는 목적지인 해군 숙소 앞에 도착한 뒤 출동한 경찰을 기다리며 차 밖으로 피신했지만 A 씨는 따라 내려 욕설을 퍼부었다.

A 씨는 “문신을 보여주겠다”며 돌연 윗옷을 벗어 던지며 행패를 부리다 B 씨의 허리를 발로 찼다. 이 충격으로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복부를 세게 부딪힌 B 씨는 비명을 지르며 절규했다. A 씨는 이어 쓰러진 B 씨 몸 위에 올라타 마구 짓눌렀다. 이같은 장면은 해군 숙소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숙소 경비원이 택시 기사 비명을 듣고 달려와 A 씨를 만류했지만, A 씨는 되려 “이 사람이 괜히 그러는거에요. 난 아무것도 안 했어요”라며 폭행을 지속했다. 그는 경찰이 도착하고도 한동안 욕설과 난동을 부렸다.

해군 중사에게 폭행당해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한 택시기사.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해군 중사에게 폭행당해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한 택시기사.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B 씨는 A 씨의 폭행으로 갈비뼈 5개가 골절되는 전치 6주의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그는 JTBC 한블리 측과의 인터뷰에서 “아들뻘 되는 사람에게 맞아 서러웠고 눈물이 났다. 그 자리에서 한동안 울었다. 솔직히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도착해 A 씨를 파출소로 연행했고 A 씨의 해군 동료들과 상관들은 그를 따라 경찰서로 몰려갔다. 이들은 B 씨에게 다짜고짜 “젊은 군인을 죽이려고 하냐”, “청춘을 망치지 말아달라”며 선처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B 씨의 딸은 “젊은 가해자의 인생은 불쌍하고 무고한 60대 노인이 맞은 것은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A 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징계 조치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가족은 A 씨의 구속을 위해 1408명에게 탄원서를 받아 제출했지만, 결국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연락을 전달받았다. B 씨 가족은 혹시 모를 보복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문철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운전 중인 사람을 위협하면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적용해 무겁게 처벌하게 돼 있다”며 “가해자가 택시 안에서는 협박·위협만 했고 차에서 내려서 폭행했기 때문에 처벌이 가벼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전치 6주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실형이 선고된다면 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이는 공무원(군인)직 박탈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는 해군 홈페이지. 대한민국 해군 자유게시판 캡처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는 해군 홈페이지. 대한민국 해군 자유게시판 캡처

해당 사건의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공분하면서 A 씨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해군 홈페이지 내의 자유게시판을 이용해 “시민패는 해군을 엄벌해라”, “민간인을 폭행한 해군은 사과하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선처를 요구한 동기들과 상관까지 모두 징계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자신을 해군 관계자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서 내에서도 선처를 바라는 거 자체가 잘못되었다. 폭행을 당해서 힘든 상태인데 선처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고 그냥 납작 엎드려 사과하는 게 맞다고들 한다”라며 해군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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