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단골만 찾아…20·30대는 외면
법 개정으로 개고기 식당 줄어들 가능성
"개고기에는 거부감 커…삼계탕 먹을 것"
초복을 맞아 개 식용 금지 논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동물권보호단체들의 개 식용 반대 시위와 육견협회의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식이다.
하지만 현장은 지금의 뜨거운 논란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사철탕을 판매하는 식당에는 손님 발길이 끊겼거나 기존 단골들만 방문하고 있었고, 젊은 세대들은 ‘초복’ 자체에 무관심한 눈치다.
11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 중구 한 사철탕 식당에는 점심시간 1시간 동안 5명의 손님이 방문했다. 2층 공간은 아예 불을 꺼둘 정도로 장사가 안 되는 모양새였다.
20년 이상 사철탕을 전문으로 취급해 온 A씨는 11일 뉴시스와 만나 “작년이나 한 2년 전 이때만 하더라도 줄을 섰는데 지금은 매출 절반이 빠졌다”며 “오늘 예약이나 단체 손님은 없고 매장에 있는 손님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단체들이 신고를 많이 한다”며 “지난 8일에 기존 지인들로 구성된 1팀만 받았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질병관리청에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동물단체들이 허위 신고를 해 질병관리청이 이날 현장 조사를 나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20여명 남짓한 손님들이 있었던 서울 중구의 또 다른 사철탕 식당도 기존 단골인 50대 이상 남성들만 있었다.
사철탕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60대 B씨는 “요새 젊은 애들이 좋아하는 거 못 먹게 하면 난리 날 거다”라며 “왜 개고기만 가지고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상인들은 개 식용을 금지하지 않더라도 사철탕 식당은 자연스럽게 없어질 운명이라고 내다봤다. 개 식용에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저절로 찾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이제 새로 (사철탕 판매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5년 내지 10년 후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건데 지금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련법도 개 식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4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사람을 공격하거나 재산에 피해주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경우 ▲소, 돼지, 닭을 처리하는 도살장처럼 허가나 면허가 있는 경우 ▲다른 법률에 따른 명령과 처분을 이행하는 경우 등 3가지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유를 제한하는데, 동물권단체에서는 이를 개 식용이 금지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보다 명시적으로 개 식용을 금지하는 특별법도 발의된 상태다.
젊은 세대 중 다수는 이날이 초복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초복에 사철탕을 먹겠다고 생각하는 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대 직장인 서모씨는 “오늘이 초복인지 몰랐다”며 “몸 보신하더라도 길을 걸으면 사람만큼 자주 보이는 강아지를 먹겠다는 건 선택지에 없다”고 말했다.
초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20대와 30대 대부분도 삼계탕을 택했다.
20대 교사 박모씨는 “소나 닭, 돼지는 지정된 사육 장소에서 100%는 아니지만 도축이나 가공 과정도 뭔가 합법적으로 보장된 느낌이라면 개는 합법적으로 키우지 않아서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한모씨도 “육식하는 입장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한테 지적하는 게 모순인 걸 알아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며 “개는 사람과 너무 친숙한 동물이라 내가 직접 먹기는 꺼려지는 게 사실이고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0대 최모씨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어렸을 때부터 먹으니까 익숙한데 개고기처럼 커서 접하게 되는 음식에는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고기를 둘러싼 세대 간 인식 차이에 관해 “젊은 세대는 식용 개를 접한 적이 별로 없고 동반자 개념으로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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