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황금어장’ 통영 욕지도, 남해안 관광 거점으로 재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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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고구마 등 농수산물 풍부
화가 이중섭 ‘욕지도 풍경’ 그림도
경남도, 200억원 들여 관광 활성화

드론으로 촬영한 통영 욕지도 풍경. 경남도 제공
드론으로 촬영한 통영 욕지도 풍경. 경남도 제공
13일 오후 찾은 경남 통영시 욕지도의 욕지항. 통영 삼덕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도착한 섬에 내리자 횟집 30여 곳이 줄지어 있었다. 횟집 수족관마다 활기차게 헤엄치는 등푸른 고등어가 가득했다. 바다포차 횟집 사장 김영철 씨(58)는 “펄떡이는 고등어를 이렇게 싱싱하게 회로 맛볼 수 있는 곳은 욕지도뿐”이라며 “깨끗한 욕지도 해역에 고등어 양식장이 있어 여기 고등어를 전국 제일로 쳐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 이중섭도 반한 아름다운 섬 ‘욕지도’
주민 2000여 명이 사는 욕지도가 고등어와 고구마 등 특산농수산물에다 아름다운 풍광이 알려지며 연간 3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해마다 주민 수의 150배가량이 찾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이 뽑은 ‘2022 찾아가고 싶은 가을 섬’에도 뽑혔다. 욕지도는 서울 여의도 면적(2.9km㎡)의 4배가 넘는 섬(12.619km㎡)으로, 고등어가 많이 잡혀 일제강점기 때는 황금어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엔 바다에서 열리는 시장인 파시가 연중 열렸다. 이 시기 어부나 상인으로 욕지도에 머문 일본인만 2000명이 넘을 정도였다. 지금도 일본인들이 남긴 흔적을 볼 수 있다. 선착장 인근 자부마을 안방술집거리에는 당시 일본에서 데려온 게이샤가 있었던 명월관과 여관, 이발소, 당구장 등 적산가옥의 형태가 남아 있다. 당시 파출소 역할을 한 주재소, 우편국, 욕지고등심상소학교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예전엔 술집이 100곳이 넘게 있었고, 곳곳마다 피로를 풀려는 뱃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고 했다. 통영시는 이 일대를 근대역사문화거리로 만들었다. 그중 ‘욕지도 할매바리스타’는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이곳 ‘할매’가 욕지도산 고구마로 만드는 고구마라테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끓인 빼떼기죽이 유명하다. 욕지 고구마는 염분을 머금고 자라 당도가 높다.

● 남해안 명품 관광지로 추진
욕지도는 천재 화가 이중섭이 그림을 남긴 섬이기도 하다. 이중섭은 1953년 욕지도에서 2박 3일간 머물며 그린 ‘욕지도 풍경’을 남겼다. 욕지도의 걷기 길인 ‘비렁길’도 최근 뜨는 명소다. ‘비렁’은 벼랑의 경남 사투리로, 길은 욕지도 노적에서 혼곡 마을까지 이어진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출렁다리로 이어지는데, 수직 절벽 사이로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연결돼 있어 걸을 때마다 아찔한 느낌을 준다.

경남도는 이 같은 자원을 살려 욕지도를 남해안 관광벨트의 거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200억 원을 들여 욕지도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자부마을 일대 근대어촌 상가들을 옛 모습대로 재현하고, 천연기념물인 모밀잣밤나무 숲 등 관광자원도 정비한다. 이중섭의 대표작 ‘흰 소’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과 치유, 채식 등을 접목한 바다정원도 만든다. 고구마와 고등어, 참치 등 특산물을 활용한 근대음식 판매 창업 지원도 한다. 경남도기념물인 패총, 덕동과 도동 해수욕장,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펼쳐지는 21km 길이의 욕지도로도 연계한다. 2021년 11월 탈선 사고를 낸 욕지도 모노레일은 재시공해 내년 8월 재운행한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역대 도지사 중 처음으로 이달 초 욕지도를 찾아 “욕지도를 남해안 관광 거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남#통영#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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