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서’로 갈음한 이재명 전략 평가는? 영장심사 불리 vs 재판에 유리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13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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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3.2.10.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3.2.10.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조사에서 답변서로 대답을 대신한 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전략이 향후 있을지 모르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실제 재판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반부패수사 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대표에게 적용할 구체적 혐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1차 소환 조사를, 지난 10일에는 2차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두 차례 조사 모두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 대표는 10일 조사를 받기 전 포토라인에서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서면 진술서 답변 방침을 고수했다.

◇ ‘답변서 갈음’ 검찰 구속영장 청구 명분 될 수도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답변서 갈음’ 전략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변호사는 “혐의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고 진술을 거부하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이 같은 이 대표의 무대응을 두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봐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술거부권 행사 자체가 영장 청구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법조인들은 입을 모았다. 서초동의 또다른 변호사는 “헌법에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고, 형사소송법에도 진술거부권이 명시돼 있다”며 “진술거부권과 구속영장 청구, 둘은 연관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영장이 청구되면 진술거부권 행사가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는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판사 시절 영장전담 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증거에 대한 별다른 의견이 없으면 검찰에 제출한 기록을 위주로 신빙성을 따지게 된다”며 “검찰이 허무맹랑하게 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기록 자체가 피의자가 불리하게 돼 있을 테니 상황 자체는 피의자에게 유리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가 적극 해명하면 혐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봐 영장을 기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적극 해명할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은데 반대로 해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범죄 성립이 어느 정도 됐다는 인상을 법관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실제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체포 동의를 받으려면 관할 법원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수리한 후 국회에 체포 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영장실질심사 등 이후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

◇ 불공정한 검찰 조사 ‘패싱’, 검찰 ‘맞춤전략’ 봉쇄 의도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 역시 ‘답변서 갈음’이 영장실질심사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같은 전략을 구사한 것은 불공정한 검찰 조사를 ‘패싱’한다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검찰이 자신의 해명에 초점을 맞춘 맞춤전략을 세울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형사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검찰이 들고 있는 패를 다 까지는 않기 때문에 검찰 논리에 따라 해명하다 보면 향후 재판에서 굉장히 불리해지는 상황이 처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재판에서 모든 기록들을 다 볼 수 있게 된 후 대응을 하는 전략은 이 대표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 같다”고 평가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변명을 하면 검찰은 그 변명을 깰 수 있는 논리나 반대 증거를 찾는다”며 “어차피 범죄는 검찰이 입증해야 하니 이 같은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지고 수사 기록을 모두 열람하게 된 이후부터 검찰과의 법리·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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