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지킨 죄”…햄버거 배달 30대, 음주운전 의사 뺑소니에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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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5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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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인천시 서구 원당동의 한 교차로에서 의사 A 씨(42)가 술을 마신 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원 B 씨(36)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MBC 보도화면 캡처
지난 20일 인천시 서구 원당동의 한 교차로에서 의사 A 씨(42)가 술을 마신 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원 B 씨(36)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MBC 보도화면 캡처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오토바이 배달원이 음주운전하던 의사의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측 지인은 운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음주운전 뺑소니 범죄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숨진 배달원의 친형과 친구 사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피해자 가족들은 자식·형제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그 순간부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평소처럼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음주운전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성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사건 공론화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가해자) 직업이 사람을 살리는 ‘의사’인데 사고를 내고 도주한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에서 경기 김포까지 대리비가 몇백만 원이나 나올까. 비싸야 2만5000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 사건 당일 새벽에도 신호를 준수하며 대기하고 있던 죄밖에 없는 착하고 성실한 친구 동생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더욱 엄하고 강력한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앞서 인천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의사 A 씨(42)를 구속했다.

A 씨는 지난 20일 오전 0시 20분경 인천시 서구 원당동의 한 교차로에서 술을 마신 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원 B 씨(36)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 모 의원에 근무했던 A 씨는 당시 병원 직원들과 회식 후 귀가하던 길에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편도 6차로 도로에서 직진하다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B 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사고 후 500m가량을 더 운전한 뒤 하차해 파손 부위를 확인하고 차량을 버린 채 달아났다.

B 씨는 머리 등을 심하게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1년 전부터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배달 일을 했으며 당시 햄버거 배달을 하다 변을 당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2시간 만에 사고 현장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9%로 면허정지 수치였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이 아닌 물체를 친 줄 알았다” “졸았다” 등의 진술을 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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