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열차 내 사다리 반입 시도…4호선 삼각지역 첫 ‘무정차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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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이 정상 운행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로 열차가 지연되자 숙대입구역 방향으로 가는 4호선 열차를 한 차례 무정차 통과했다.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로 출근길 열차가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전장연 시위로 인한 무정차 통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장연 시위로 4호선 8분간 무정차
1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4호선 상행선 열차는 이날 오전 8시 44분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승강장에선 전장연의 ‘248일차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이 열리고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또타지하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장연이 운행 방해 행위를 동반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한다”고 전했다. 또 삼각지역 이용객들을 위해 신용산역과 숙대입구역 간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무정차 통과 조치는 전장연이 열차 내 사다리 반입을 시도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날 오전 전장연 관계자 일부가 사다리를 들고 전동차 1호 칸에, 나머지는 사다리 없이 2호 칸에 각각 탑승할 계획이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사다리를 든 일행을 저지해 이들은 탑승하지 못했고, 사다리 없이 2호 칸에 탄 관계자들만 열차를 타고 출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뒤따른 열차 1대를 삼각지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도록 조치했다. 지하철 4호선 상행선은 이후 8시 52분부터 정상 운행됐다. 무정차 통과로 열차에 타지 못한 전장연 관계자들은 사다리는 삼각지역에 둔 채 다음 열차에 탔다.

전장연 회원이 올 6월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목에 사다리를 건 뒤 출입문에 끼워 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 독자 제공
전장연 회원이 올 6월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목에 사다리를 건 뒤 출입문에 끼워 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 독자 제공
열차 내 사다리 반입 두고 전장연-서교공 대립
서울시는 8일 전장연 시위가 벌어지는 지하철역에 대해 무정차 통과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이르면 12일부터 무정차 통과를 적용하는 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12일과 13일에도 전장연 지하철 시위가 있었지만 이틀 모두 4호선 열차는 정상 운행됐다.

전장연 측은 이날 무정차 통과 조치에 반발했다. 특히 비교적 열차 지연이 덜한 ‘선전전’ 형태로 시위를 진행했음에도 무정차 통과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지하철 시위를 진행 중인 전장연은 멈춰서는 역마다 열차에서 내리고 타는 행위를 반복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집회와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며 일부 환승역에서만 운행을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구분해 실시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선전전은 이미 248회째 진행 중인 방식인데 서울시장이 지시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무정차 조치를 하고 있다“며 ”탑승에 걸리는 시간도 5분 이내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무정차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앞으로도 심각한 열차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역장이 관제와 상의해 무정차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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