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야 보인다, 대구의 어제와 오늘을 머금은 ‘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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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을 여행]
숨은 그림 찾기같은 골목길 투어
길마다 색다른 매력 느낄 수 있어

가을빛으로 물든 달성군 대명저수지. 대구시 제공
가을빛으로 물든 달성군 대명저수지. 대구시 제공
대구의 길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옛 정취가 깃든 골목을 거닐다 보면 달구벌 역사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도 많다. 한 발씩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서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훑어보는 재미는 덤이다.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르면 지금의 대구 모습을 마주한다. 대구의 길은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는 공간이다.

대구 교통의 대동맥인 달구벌대로, 남북으로 길게 잇는 동대구로, 금호강변과 신천을 타고 이어진 신천대로, 산 중턱을 타는 앞산순환로, 신도시 월드컵대로까지 대구의 크고 작은 대로를 달리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샛길로 빠지면 수채화 같은 광경에 풍덩 빠진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지만 새롭고 이채로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쉬엄쉬엄 둘러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롭다. 앞만 보지 말고 옆과 뒤를 자세히 살펴야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가끔은 앉아서 보는 여유를 부려보자. 골목길은 그래야 가을 추억이라는 선물을 준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재미있는 대구의 골목길 걷기를 추천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길도 있고, 한창 뜨는 길도 있다. 골목이 품은 많은 옛 이야기를 들어보자. 늘 다니던 길을 뒤로 잘 몰랐던 길, 숨은 길의 매혹을 느껴보자.

대구 북구 동천동의 ‘이태원길’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이태원을 떠올리겠지만 전혀 다른 곳이다. 칠곡의 천재 소설가 이태원(1942∼2009)을 기리기 위해 새롭게 만들었다. 이 길이 조성되기 전까지 대구에 이태원이란 인물이 있는지도 잘 몰랐을 것이다. 이 길은 이태원의 생애를 볼 수 있는 문학관과 그의 소설 ‘객사’를 각색한 거리극을 관람하며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중구 동성로 남쪽 통신골목 뒤편에 가면 ‘삼덕 사잇길’ 현판을 만난다. 사잇길은 샛길의 본말이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작품과 마이클 잭슨, 매릴린 먼로 등 세계적인 유명 스타와 스파이더맨, 미키마우스, 도널드 등 유명 캐릭터까지 모두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요즘 이곳은 대구의 숨겨진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듣고 싶다면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댓잎 소리길’에 가보자. 총길이 800m의 산책로에 대나무 8000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새 소리를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줄기가 검은 대나무 오죽과 노란 금죽 등 10여 종이 있는 죽림원과 판다 조형물도 볼만하다. 대나무로 만든 의자가 곳곳에 있어서 걷다가 쉬다가 사색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

대구수목원은 최근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새롭게 조성했다. 이름은 ‘맨발 황토길’. 총길이 430m 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푸른 숲이 주는 좋은 기운을 받고 맑은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일주일 5일 이상, 매일 30분 이상 걸으면 웬만한 질병을 예상할 수 있다’는 글귀가 눈에 띈다.

금호강 하중도
금호강 하중도
남구 봉덕동 ‘고산골 산책로’는 전체 1km 구간이다. 지압보도 3곳과 세족장 2곳, 쉼터 2곳 등을 갖췄다.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길을 걷는 내내 앞산 계곡물 소리가 들려서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길 왼쪽은 대구 도심 전경을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다. 길 오른쪽에서 앞산 나무 숲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산책로 전 구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운치를 더해준다.

대구시는 올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추억의 가을길’ 코스 26곳을 추천했다. 시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단풍은 다음 달 1일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구 팔공산 순환도로는 드라이브하면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남구 앞산 고산골 공룡 공원에 가면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단풍길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가을을 즐기면서 소풍하기에는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일대 느티나무와 왕벚나무 가을길, 달성군 송해공원의 옥연지 둘레길이 좋다.

도심의 대표 공원인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달성공원 산책로는 단풍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색을 하기 좋다. 출퇴근 등 일상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려면 서구 그린웨이, 달서구 호산동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추천한다.

시는 최근 ‘가을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자전거 코스 5곳’도 선정했다. 금호강 낙동강 1코스는 전체 구간 27km이며 하천변을 달리면서 갈대밭의 풍광을 누길 수 있다. 달성습지 2코스(14km)는 가족과 함께 이용하기에 적합하고 도동서원 3코스(26km)는 자전거 전문 동호회들이 달리기에 좋다.

헐티재 4코스(18km)에 있는 벚나무 단풍 터널은 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관을 연출한다. 마지막 팔공산 5코스(50km)는 불로 고분군과 파계사, 동화사 등 대구의 대표적 관광 명소와 어우러져 있다. 이 구간의 공산 터널부터 시작되는 은행나무의 노란 물결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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