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음주측정 숨차다” 거부한 80대, 경찰에 “담배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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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20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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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경찰관이 차량 및 오토바이 등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운전 특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경찰관이 차량 및 오토바이 등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운전 특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대낮에 교통사고를 낸 뒤 “숨이 차 힘들다”며 음주 측정에 응하는 시늉만 하다가 경찰관에 담배를 요구한 8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일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 씨(80)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회봉사 80시간과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 명령도 내렸다.

A 씨는 지난해 7월 5일 오후 1시 40분경 춘천에서 동승자 2명을 태운 모닝 승용차를 몰다가 갑자기 급제동해 뒤따르던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A 씨의 발음이 부정확하고 얼굴색이 붉으며 음주 감지기에 적색 표시가 뜨자 네 차례에 걸쳐 A 씨에게 측정을 요구했으나, A 씨는 측정기 입구를 혀로 막고 입김을 부는 시늉만 한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A 씨는 “나는 잘 불고 있다”, “숨이 차 힘들다”며 측정을 회피하다가 결국 교통사고로 인해 동승자와 트럭 운전자에게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힌 혐의는 물론 음주측정거부죄까지 더해졌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평소 폐 건강이 좋지 않았고, 사고 당시 운전대에 가슴 부위를 세게 부딪쳐 호흡이 곤란한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측정기에 숨을 불어넣는 시늉만 한 점 △측정 도중 경찰관에게 ‘담배 하나만 줘 봐’라고 말한 점 △경찰 출동 전 트럭 운전자에게도 담배를 요구하고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주워 핀 점 등을 근거로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음주운전으로 2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며 “음주측정거부 범행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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