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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침수지역 강남역 일대 아파트 값 요지부동인 이유?

입력 2022-08-14 10:43업데이트 2022-08-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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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8월 8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진흥아파트 앞 도로 모습.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차량들이 침수됐다. 동아DB
8월 8일 서울 남부 등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출퇴근시간대 ‘교통지옥’이 펼쳐지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침수 피해는 서울 전역에서 발생했지만, 한강 이남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특히 상습침수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역 일대는 또다시 물에 잠겼다. 2010년부터 시작해 최근 12년간 무려 5번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수도권 지역 강수량이 중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보고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전취약시설물 분석 및 관리방향 연구’에서 1일 강수량이 단기(2021~2040)적으로는 17.7%, 장기(2081~2100)적으로는 20.6%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수도권과 제주, 전라권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재해 빈도 주택 매수 고려 대상 아니다

2011년 7월 발생한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사거리 일대. 동아DB
그렇다면 이번 홍수 피해가 강남 집값에 악재가 될까. 일반적으로 이번 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집값을 떨어뜨리는 등 부동산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강남이 전국적으로 압도적 인기를 자랑하는 주거지역이기 때문이다.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집값은 크게 ①떨어졌다 원상회복하는 경우 ②떨어졌다 종전 가격보다 높아지는 경우 ③떨어진 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 ④처음부터 변화하지 않는 경우 등 4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피해지역 입지에 대한 선호도와 정부 또는 관할지역의 피해 복구 대책 수준이 차이를 가져온다.

떨어졌다 원상회복하는 경우나 종전 가격보다 높아지는 경우, 처음부터 변화하지 않는 경우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피해 복구가 단기간에 이뤄질 때다. 주로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형이다.

2011년 7월 폭우와 산사태로 심각한 수해를 겪은 서울 서초구 방배3동과 우면동 일대 아파트가 대표적 사례다. 산사태 직격탄을 맞아 아파트 3층 높이까지 흙더미가 쌓이는 피해를 입었던 A 아파트(전용면적 127㎡)의 경우 산사태 발생 직전에는 11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산사태가 터진 데다 주택경기가 급랭하자 이들 아파트 가격은 그해 말 10억5000만 원 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년이 채 안 돼 11억 원 선을 회복한 것이다. 우면산 일대는 수해 방지만 제대로 하면 여전히 입지적 장점이 많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8월 8일 현재 이 아파트는 25억 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타난다. 미국 부동산시장 조사기관 애톰(ATTOM)이 201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년간 재해 위험이 높은 도시지역의 주택 가격(중위 값 기준)이 평균 65% 상승해 전체 평균(45%)을 웃돌았다. 결국 인기 주거지역이라면 주택 매수를 결정할 때 자연재해 빈도는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자연재해 피해를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수도권 외곽을 포함한 지방 등 비인기 주거지역에서 정부의 복구대책이 미흡할 때 주로 나타난다. 국토연구원의 최근 보고서 ‘지진재해가 지역 주택경기에 미치는 영향: 포항지진 재해를 대상으로’는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지진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던 포항지진이 경북 포항시 북구와 남구 지역 집값(실거래가 기준)에 미친 영향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했다. 진앙은 북구 북쪽 9㎞ 지점인 흥해읍 남송리였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북구가 심했고, 남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진 피해 포항 북구, 3년간 집값 약세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갈라진 한동대 건물. 동아DB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 발생 전까지 북구 집값이 남구보다 높게 형성됐다. 그런데 지진 발생 이후 역전되고 말앗다. 지진이 발생한 후 북구의 집값이 남구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북구 집값이 다시 남구 집값보다 높아지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통상 지진 등 자연재해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1년 내외 단기간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국토연구원은 이에 대해 “정부가 2019년 3월 포항지진이 인재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밝힌 것이 직격탄이 됐을 것”이라고 봤다. 촉발지진은 외부 힘이 지진대를 자극해 대규모 지진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하는데, 포항지진은 인근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5차례에 걸쳐 진행한 시추작업이 원인이었다. 국토연구원은 “매수자들이 예측 불가능하고 자연발생적인 지진보다 인재에 의한 재해의 재발 위험성을 더 크고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지진 발생 후 북구 지역주민의 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점도 문제였다. 지진 발생 이후 주민들의 불안감을 낮추고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선 과거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했는데, 이것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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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5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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