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한 달은 걸리죠”…수해 전통시장 복구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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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11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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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서 지원금 50만원 주면 피해 복구가 되나요. 당장 장사를 못 하는데…”

폭우 피해를 본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A씨는 텅빈 냉장고를 닦으며 앞으로도 5일은 더 장사를 못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시장에서 이불 장사를 하는 B씨는 연신 물에 젖은 침구류를 짜내며 “지금 물 퍼내느라 바빠요. 대답할 시간 없어요”라고 했다. B씨는 젖어버린 이불을 염가에 판매 중이었다. 4만원이었던 이불을 2만7000원에 내놨지만 손님들은 상품을 둘러보다 이내 발길을 돌렸다.

11일 수해 피해를 입은 관악신사시장 곳곳에는 쓰레기더미가 쌓여있었다. 업소용 냉장고와 싱크대 등 주방자재, 식탁, 의자, 각종 집기, 젖어버린 상품들이다. 구청 직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기가 무섭게 새로운 집기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형광 조끼를 입은 구청 직원들은 3일째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 직원은 “9일부터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며 “완전 복구까지는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직원은 냉장고 수리를 문의하는 가게 사장에 “이건 제조사에서 수리를 받으셔야 한다”며 “지금 바빠서 바로 강남으로 또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시장 곳곳에 문을 닫은 가게가 눈에 띄었다. 문은 열어뒀지만 물건이 다 젖어버려 ‘개점휴업’인 가게다. 정육점을 하는 A씨는 “냉장고, 냉동고, 고기절단기가 다 고장 났다. 어제 내내 젖은 고기를 버리고 기계를 닦고 고치고 있다”며 “앞으로 5일은 장사를 못할 것 같다. 매출 손해보다도 기계 수리와 구입에 더 많은 돈이 든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상황은 더 심했다. 고지대에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다수 점포들은 11일 영업을 재개했지만 저지대에 위치해 침수 피해가 컸던 점포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동작구청에서 포클레인을 동원해 입구를 막은 쓰레기를 치웠고 구청 직원, 군인들이 상인과 소비자들 안전을 위해 거리를 통제했다. 인근 서대문구에서도 지원을 나와 피해 복구를 도왔다. 지하에 들어찬 물을 빼내는 작업은 천장 붕괴 위험과 작업자 안전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한 잡화가게 사장은 젖은 양말과 속옷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1000원, 2000원에 팔았다. “좀 팔아달라. 어려운 상인들을 도와달라”고 외치는 말에 몇몇 소비자들이 양말 등을 사갔다.

시장 상인들은 피해 복구를 위해 일손 지원과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추석 민생안정대책 내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중기부는 추석 명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자금 애로를 겪지 않도록 3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증 공급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남성시장 내부에서 식당을 하는 D씨는 “물이 다 젖어서 난린데 대출해주는 것이 대수냐”며 “지난 수해 때도 100만원 정도 지원금이 나왔다. 피해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데 이게 지원이냐. 안하는 것이 낫다. 생색내기 수준”이라고 했다.

같은 시장에서 기름집을 하는 E씨는 “대출도 도움이 된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없다”며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면 당장 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해결할 수 있다. 기계를 구입하고 리모델링할 때 쓰려고 한다”고 답했다.

피해 가게 규모와 업종에 따른 맞춤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사시장 정육점 사장 A씨는 “보면 알겠지만 가게별로 피해 규모가 천차만별”이라며 “지난 수해때는 가게나 업종 관계없이 일괄 50만원씩 지급했다. 우리 가게 같이 기계가 다 고장이나 피해가 심한 곳은 복구도 오래 걸리고 손해액도 훨씬 더 크다. 형평성에 맞게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이 남성사계시장을 찾아 피해를 점검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최대한 빠르게 피해 상인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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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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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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