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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기자의 눈/신동진]정책실패로 무너진 원전 생태계, ‘잃어버린 5년’ 만회해야

입력 2022-07-26 03:00업데이트 2022-07-2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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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35% 후퇴… 복구 3.9년 필요”
업계 “미래 먹거리 후손에 물려줄것”
신동진·산업2부
경남의 한 원자력발전 부품업체 대표는 3년 전 공황장애에 빠졌다. 글로벌 원전 수요 증가로 ‘원전 르네상스’ 기대감이 높아지던 2014년 은행 빚으로 25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새로 지었다. 하지만 탈(脫)원전 이후 일거리가 급감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죽고 싶은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명상으로 겨우 마음을 추스른 지 3년. 공장은 여전히 비었지만 최근 투자를 하겠다는 연락이 오면서 그는 “희망을 되찾았다”고 했다.

‘원전 공급망 위기’(본보 7월 19일자 A2면 등 참조)를 취재하며 만난 원전 협력사 대표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시행된 탈원전 정책에 일제히 분노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백지화와 원전 수명 연장 금지를 전격 발표했다. 준비할 시간 없이 맞닥뜨린 ‘일감 절벽’에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건실한 기업도 부도와 폐업을 맞았다.

그 사이 세계 최고를 넘보던 국내 원전 생태계는 쑥대밭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일 원자력 기업 31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국내 원자력 산업 경쟁력은 탈원전 이전 대비 65%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기존 원전 생태계 복구까지 약 3.9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원전은 자연재해(쓰나미)로 침몰했지만 한국 원전 산업은 ‘정책 재앙’으로 쓰러졌다. 당시 정부는 탈원전 정책이 합당한지 기업 목소리를 듣거나 업종 전환 등으로 정책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았다. 대규모 투자를 했거나 업종 전환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등 한때 탈원전으로 기울었던 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다시 신규 원전 건설로 회귀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일감 공백을 겪던 기업들의 경쟁력은 예전 같지 않다. 과거 제작 기술력을 인정받던 국내 원전부품 생태계가 정상화되면 글로벌 일감을 사냥하며 국가 경제의 중추가 될 수 있다. 원전 중소기업 대표들은 탈원전 5년 철퇴를 맞고도 여전히 “미래 먹거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한다. 이제 정부 차례다. ‘잃어버린 5년’을 겪은 원전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대로 마련해 줘야 한다.

신동진·산업2부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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