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국제 보건비상사태’…국내는 1명 완치 후 추가 없어

  • 뉴스1
  • 입력 2022년 7월 24일 1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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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안내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2022.7.24/뉴스1 © News1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안내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2022.7.24/뉴스1 © News1
전 세계 75개국에서 진행 중인 원숭이두창 감염 사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23일(현지시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이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선언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에 내려졌던 PHEIC는 현재 코로나19(2020~)와 소아마비(2014~)에 유지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의 확산 정도나 치명률 등이 PHEIC를 선언할 만큼 위험한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WHO 입장에선 더 많은 국가로 확산하기 전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지난 6월 22일 확진된 지 보름만인 이달 7일 격리 해제돼 퇴원했고,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정부는 해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 방역 기준을 높이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의견 엇갈렸지만, WHO 총장이 직접 결정…‘선제 대응’에 방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한 PHEIC를 선언했다.

앞서 WHO는 6월 23일, 7월 21일 각각 전문가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PHEIC 선언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PHEIC 선언은 거브러여수스 총장이 직접 결정했다.

확산 정도나 치명률 등이 PHEIC 선언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나 더 많은 국가로 확산하기 전에 대응하기 위한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던 풍토병으로 1958년 원숭이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돼 이 이름이 붙었다. 초기 증상으로는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발열은 얼굴부터 시작해 생식기 등 다른 신체 부위로 퍼진다. 동그란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수포(물집) → 농포(농이 참) → 가피(딱지) 등 단계로 진행된다.

WHO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75개국 1만6016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누적 사망자는 5명이다. 이 가운데 4132명이 최근 1주일 동안 발생했다.

지난 6월 말까지 50여개국 3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점차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1만1865명으로 제일 많다.

WHO와 해외 연구에 따르면 발병 사례는 주로 동성과 성관계한 남성에게서 확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접 접촉을 통해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람 간 전염은 주로 밀접 접촉인데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발생하거나 발진이나 오염된 의류를 직접 만지는 경로로도 전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오명과 희생양 찾기로 인해 원숭이 두창 발병 추적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국내 첫 확진자, 양호한 상태로 퇴원…접촉자들 증상 없어 감시 종료

국내 첫 확진자는 이달 7일 격리 해제돼 퇴원했다. 지난 6월 22일 확진된 지 보름만인데 퇴원 당시 건강 상태는 양호했다. 지난 6월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내국인으로 직접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를 해 인천의료원 격리병상에 입원했었다.

이후 첫 확진자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49명을 접촉자로 분류해 감시했으나 모두 의심 증상이 없어 이달 12일 0시를 기해 감시가 종료됐다.

질병청은 접촉 위험도에 따라 중위험, 저위험으로 분류했는데 중위험 접촉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희망 여부를 조사했으나 희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원숭이두창 빈발국인 Δ영국 Δ스페인 Δ독일 Δ포르투갈 Δ프랑스 5개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 감시 기준을 기존 37.5도에서 37.3도로 낮추는 등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이들 국가에 다녀온 뒤 병원을 찾는 환자의 여행력 정보는 해당 의료기관에 자동으로 제공돼 의료진이 알 수 있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관심이 쏠린 것은 물론 치명률과 대유행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컸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새 환자 유입 가능성이 있고 유입 환자의 밀접 접촉을 통해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비말 또는 공기 전파 가능성이 낮아 코로나19만큼 대유행에 이르진 않으리란 것이다.

치명률이 3~8%로 보도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는 풍토병화된 아프리카의 사망률(중앙아프리카 유전형 10.6%, 서아프리카 유전형 4.6%)을 포함하는 것이어서 높은 의료 체계를 갖춘 다른 대륙 국가들이나 우리나라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이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승인된 ‘테코비리마트’를 이달 초 504명분 도입해 국내 감염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원숭이두창 전용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밖에 원숭이두창 확진자와 밀접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백신 접종이 권고되나, 전 국민이 맞을 필요성은 낮다고 전해진다. 정부는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 5000명분을 받기 위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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