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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천경자 미인도 위작사건’ 감정위원, 법정서 첫 증언…“담당검사, ‘진품으로 보면 어때요’ 전화”

입력 2022-06-25 03:00업데이트 2022-06-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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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 차녀 ‘국가 손배소’에 증인 출석
“그때부터 檢입장 명확히 바뀌고, 검사 등 3명 찾아와 진품이라 해”
해당검사 “사실무근… 있을수 없는일”
30여년전 불거진 ‘미인도 위작’ 논란… 檢 ‘진품’ 결론 내렸지만 다시 들썩
고 천경자 화백 작품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개한 그림 ‘미인도’. 천 화백은 생전에 자신의 작품이 아닌 위작이라고 밝혔지만 2016년 검찰은 천 화백이 그린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아일보DB
“담당 검사가 전화를 걸어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 법정. 2016년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1977년) 위작 사건에서 검찰이 선정한 감정위원 중 한 명이었던 최광진 미술평론가는 증인으로 출석해 이처럼 검찰이 특정 결론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자신이 당시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 천경자 차녀 “검찰이 불법 수사” 국가배상 소송
2019년 12월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68)는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어머니의 작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부장판사 이정권)은 이날 최 평론가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었다. 김 교수 측 지음 법률사무소 이호영 변호사는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전화를 한 검사는 누구인가”라고 물었고, 최 평론가는 “A 검사가 전화로 그 말을 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세히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검찰 입장이 명확하게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최 평론가는 A 검사의 전화 연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자 2차 감정을 하게 됐고,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이 자신에게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장시간 설명했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당시 ‘끝장토론’을 하자고 해서 비밀로 하라며 진품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평론가의 증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 30년 넘은 ‘미인도 위작’ 논란
미인도 위작 사건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기획전시를 통해 미인도가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듬해 천 화백은 미인도 원본을 본 뒤 위작(僞作)이라고 선언했다. 천 화백은 “작품은 자기 새끼 같은 것.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어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의뢰해 진행한 세 차례의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간 천 화백은 2003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15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9년 10·26사태 이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유하고 있던 미인도는 정부에 압류 조치돼 1980년 4월 30일자로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 위작 시비가 불거지고 5년 뒤인 1996년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가 고서화 위작범 권춘식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인도 3점을 위작했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천 화백의 서명 부분을 위작한 사인위조죄가 당시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돼 기소하지 못했다. 이후 권 씨는 진술을 번복했다가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강권에 압박을 느껴 말을 번복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라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공증까지 받아 2016년 공개했다.

같은 해 김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며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 진품이란 것은 어머니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미인도 소장 이력과 전문기관의 감정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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