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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백운규 영장기각 사유 보니…“직원과 돈독하지 않아 회유 가능성 없다”

입력 2022-06-16 13:16업데이트 2022-06-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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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심사 마친 白 前장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13일 장관 재직 당시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15일 이를 기각했다. 뉴시스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3년 9개월 가량 지났고, 재직 당시 직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끌어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전날(15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와 같은 기각 사유를 밝힌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법원은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있어 진술만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가 백 전 장관의 혐의를 소명할 물증을 확보하는 등 충분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현재로서는 백 전 장관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인 2017~2018년 산업부 산하 13개 기관장의 사직을 압박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1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 法 “진술 만으로 유무죄 가려야 하는 상황은 아냐”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변호인과 검찰 수사팀에 760자(字) 분량의 영장 기각 사유서를 보냈다. 이에 앞서 서울동부지법은 15일 오후 9시 40분경 언론에 330자(字) 분량의 영장 기각 사유 요약본을 발표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에서 “피의자(백 전 장관)는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바,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몇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있으므로 진술만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주요 관련자들은 대체로 피의자와 이해관계가 상반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피의자에 유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의자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끌어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퇴임한 백 전 장관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련된 현직 산업부 국·과장들을 회유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검찰에서 백 전 장관을 1회 소환해 심문하고, 4일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백 전 장관이 구속된다면 본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동시에 수사를 받고, 대전지법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형사 재판에도 출석해야 하므로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檢, 산업부 블랙리스트 ‘윗선’ 수사 이어갈 듯

검찰은 일단 대통령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등 청와대 ‘윗선’에 대한 수사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 의원이 산업부 김모 운영지원과장에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사퇴 대상자’에 대한 자료를 건넸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산업부의 박모 당시 국장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직접 만나 사직을 종용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두고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란 지적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수사 당시에도 백 전 장관은 퇴임한 상태였지만, 산업부 공무원들은 주말 새벽에 사무실로 찾아가 자료를 대거 삭제하고, 서로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며 “이미 장관직에서 물러났고, 현직 공무원들과 이해관계가 상반됐다는 이유만으로 증거 인멸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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