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백신, 접종률 30% 그쳐…“접종 대상 확대 고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3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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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병원에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한 병원에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대상자 10명 중 7명이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속도도 최근 들어선 속도가 가장 빨랐던 시점과 비교하면 7%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고령층의 4차 접종 완료 비율이 29.9%에 그쳤다. 정부는 4월 14일 60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시작했다. 가장 최근인 2~8일 기준 4차 접종자 수는 8만4950명에 그쳤다. 접종 열기가 가장 높았던 때(4월 28일~5월 4일)에 한 주에 119만1085명 접종했던 것과 비교하면 7.1%에 그치는 것이다.

질병청은 지난 봄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유행했던 것이 오히려 접종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 감염으로 ‘자연 면역’을 얻게 돼 4차 접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현행 접종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사람도 4차 접종을 할 수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권고는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유행 규모가 줄어들면서 국민들이 이전처럼 감염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게 된 것도 4차 접종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4차 접종 시기가 도래했지만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이모 씨(63)는 “지금 백신을 맞아도 겨울 재유행이 오면 접종 후 4, 5개월이 지났으니 또 맞으라고 할 것 아닌가. 올 여름은 유행이 심하지 않아 보이니 건너뛰고 다시 유행하면 그때 가서 접종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가올 코로나19 재유행을 대비하는 최고의 수단이 여전히 백신 접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어느 범위까지 4차 접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고령층 4차 접종률이 30% 미만인데, 재유행이 오기 전에 최소 50%는 넘겨야 한다”며 “특히 감염된 적이 없는 60세 이상은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여전히 하루 20명 안팎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며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만큼 4차 접종의 이득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반면 60세 이상이더라도 건강하다면 당장 4차 접종이 필수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80세 이상 초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심한 60, 70대는 꼭 4차 접종을 해야 한다”면서도 “건강한 60, 70대라면 오히려 같은 백신을 자주 맞는 것이 자연스러운 면역 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가을과 겨울 대유행에 대비해 4차 접종 대상을 젊은 성인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겨울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하루 확진자 수가 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최근 “국내외 유행 상황과 4차 접종 효과, 개량 백신 개발 상황 등을 종합 평가해 4차 접종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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