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저격수’ 김진태,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꺾고 강원특별자치도 첫 도지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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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오프 후 경선 승리와 본선 승리 반전

‘진보 저격수’로 불리는 국민의힘 김진태 전 의원(57)이 ‘노무현의 남자’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전 의원(57)을 누르고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김 전 의원은 54.07%를 득표해 45.92%를 얻은 이 전 의원을 8.15%포인트 차로 이기고 내년 출범할 강원특별자치도의 첫 도지사가 됐다.

김 당선자는 검사 출신으로 춘천지검 원주지청장 등을 지냈고 19·20대 총선(춘천)에서 연거푸 당선됐다. 2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허영 의원에게 패했지만 절치부심한 끝에 도청 입성에 성공함으로써 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번 선거에 나서기까지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과거 그의 강성 발언을 이유로 컷오프(공천배제)한 뒤 황상무 전 KBS 앵커를 전략공천했다. 이에 반발한 그는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고,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를 조건으로 구제됐다. 기사회생한 그는 황 전 앵커와의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앞이 깜깜했다. 답답하고 외로웠다”며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지나친 강경 보수 성향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2015년 조계종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수용하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5·18민주화운동 왜곡 발언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며 승리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전 의원이 자신이 출마한 4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선거 승부사’였기에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선거운동에 매진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같은 강경 보수 이미지를 드러내지 않고 도내 곳곳을 누비며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애를 썼다. 특히 민주당 지사들이 이끈 지난 12년 강원 도정에 대해 ‘잃어버린 12년’으로 평가하며 변화와 교체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밑바닥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4년 동안 강원도정을 책임질 김 당선자는 내년 6월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초대 도지사라는 영예도 안게 됐다. 그는 특별자치도와 관련해 ‘시작은 윤석열, 완성은 김진태’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그는 경제특별자치도 완성을 통한 권력별 미래 성장전략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춘천은 한국은행 등 공공기관 이전과 광역급행철도(GTX-B) 춘천 연장을 통해 명실상부한 수부도시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또 원주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해 산업경제 중심도시로, 강릉은 도청 2청사 승격과 경포호 국가정원 지정 등을 통해 제2행정중심도시 겸 글로벌관광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김 당선자는 개표 직후 당선소감을 통해 “강원도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또는 윤석열 정부에서 일을 잘 하라고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며 “오로지 강원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약속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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