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이 강조하는 ‘과학 방역’은?…“축적된 빅데이터 활용”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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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19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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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1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2022.5.18/뉴스1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1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2022.5.18/뉴스1
방역 사령관 자리에 오른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취임 일성으로 여러 차례 ‘과학 방역’을 강조해 이목을 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 방역’을 새로운 기치로 내건 바 있다.

다만 백 청장이 강조한 ‘과학 방역’은 기존 방역 당국이 추진해오던 정책들을 보완, 발전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앞으로 어떻게 보완, 발전시켜 국민 일상에 영향을 줄 정책을 내놓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백 청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특히 2년 5개월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에 감염병 전문가로 두각을 보였는데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으로 불릴 2020년 2월에는 감염학회 이사장으로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의사들도 모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전문가마저도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유연성 있게 그때그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유행 초기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2020년 3월 “(외국인들이) 치료받으러 일부러 국내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우리 국민을 치료하기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다”며 외국인 입국 금지를 제안했다.

지난해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고 오미크론 유행 초기에는 국민에게도 자가격리를 엄격히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진료도 병행하고 코로나19 감염 관련 학술 활동도 이어갔다.

지난해 6월 ‘팬데믹 코로나19 백신 분배를 위한 구조’, 그해 10월 ‘미립자 필터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치과 종사자의 코로나19 노출’ 등의 논문 저자로 참여해 감염 예방 도구 착용의 필요성을 제안하거나 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접종 전략들을 소개했다.

또 확진자를 일반 병동에서 치료하는 의료체계 전환과 병원 내 감염 우려를 두고는 3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토론회에서 “제일 감염이 위험한 곳은 의료기관”이라며 “어떻게 고위험군을 보호하면서 감염 관리의 완화를 허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백경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임이자 간사. 2022.3.28/뉴스1 © News1
백경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임이자 간사. 2022.3.28/뉴스1 © News1
이후에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추천으로 인수위의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전임 정부 정책을 놓고 “지표와 상황 반영, 이후 발생할 상황을 검토하지 못해 국민 피해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됐다”고 평가했다.

질병청장이 된 그는 18일 오전 취임사에서 과학적 근거라는 표현을 3번이나 사용했다. 그는 “감염병 재난위기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일상으로의 안전한 이행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고, 이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등 감염병 대응체계를 정비해 가겠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더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백 청장 행보나 새 정부의 기조를 보면 앞으로의 방역 정책은 달라질 전망이다. 당장 오는 23일로 예정된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는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인 셈이다.

백 청장 등 방역 사령관들 주변 자문조직들도 바뀐다. 기존 국무총리 중심의 민관합동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는 사라지고 전문가 중심의 독립위원회가 조속히 꾸려질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문가의 의사결정이 반영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중대본, 보건복지부 중수본과 질병청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3원 체계’가 개편될 수 있다고 했다.

백 청장의 취임 일성은 같은 날 중대본 회의 내용과 같은 맥락이었다. 정부는 현재 다양한 정보시스템에 분산돼있는 환자와 진료 정보를 모아 올해 안에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통합·연계할 계획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근거 중심의 방역 정책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출범 100일 이내 과학 방역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방역 사령관들의 정책 추진 과정에는 속도가 붙어야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백경란 청장 등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저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청장만 바뀌었을 뿐 정부 내 권한이 미미하다면 정책을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과 국가 공중보건에 대해 어떤 관심을 보이고 어떤 발언을 하는지가 향후 방역의 성패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지적을 질병청도 아는지, 백 청장 취임을 계기로 새 정부의 과학방역 기조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느라 적극적으로 챙기지 못했던 국가 공중보건과 보건의료 연구개발 업무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질병청에서 방역 업무 중인 과장급 인사는 “근거도 쌓이고 역량을 체계화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은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며 “다른 부처 협조를 얻고 함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을 통해 경험도 쌓았다. 정은경 전 청장의 바람도 이와 같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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