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간 김오수 “검수완박은 檢 없애자는 것…교각살우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4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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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왼쪽)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 찾아 박광온 국회 법사위원장과 면담하며 서류를 건네고 있다. 김 검찰총장은 면담에 앞서 국회에 도착해 ‘검수완박’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오수(왼쪽)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 찾아 박광온 국회 법사위원장과 면담하며 서류를 건네고 있다. 김 검찰총장은 면담에 앞서 국회에 도착해 ‘검수완박’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국회를 찾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등 검찰의 여론전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직 검사들의 신문 기고 및 라디오 출연이 잇따르고, 사직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르면 다음 주 전국 평검사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 계획이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면담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권능에 검찰이 따르는 것은 지당하다”면서도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한다면) 문제가 될 게 명약관화해 이를 법사위원장 및 법사위원에게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곧바로 검찰을 전부 폐지하는, 교각살우의 잘못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으로 경찰과 법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돼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논리도 펼쳤다. 김 총장은 “검찰의 수사 기능이 전면 폐지되면 업무 부담은 경찰과 법원으로 다 넘어간다”면서 “지금도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서 업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범죄자는 행복해지고 범죄 피해자는 불행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현 형사사법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특별법도 좋고 특위도 좋다. 제도개선을 한다면 검찰도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만을 시정하는 특별법을 만들어도 좋다”며 “사법개혁 특위처럼 특별한 기구를 국회서 만들어도 좋다”고 했다.

김 총장은 국회 일정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복귀하면서 “법사위원장 등에게 향후 검수완박 법안 논의를 위한 법사위가 열리면 제가 출석해서 답변할 기회들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박범계 법무장관이 지적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생각이 정리되면 박 장관에게 보고드리고 법사위 제출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직 검사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등 이례적으로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14일자 일간지 기고를 통해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더 엄히 꾸짖어 주시되, 검찰이 일은 계속 할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란다. 부디 범죄가 처벌받지 않고 ‘증발’되어 버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수사인력을 증원한 후 범죄율이 감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 지검장은 “로버트 모겐소가 뉴욕 맨해튼 검사장에 취임한 후 검사가 사건의 시작부터 완결까지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사건처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맨해튼 지역 범죄율 급감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적었다.

대검찰청의 최지석 형사정책담당관(부장검사)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수완박 입법의 위헌성에 대해 설명했다. 최 부장검사는 “우리 헌법은 수사기관이 무엇이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체포나 압수수색 강제수사에 관해서 규정하면서 영장의 청구권자로서 유일하게 검사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을 통해서 다른 기관을 수사의 주체로 정할 순 있으나 헌법에 수사 주체로 규정돼 있는 검사를 법률로 수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전날 김 총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문홍성 반부패부장, 김형록 수사지휘지원과장 등이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부패 경제 공직자 등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발생할 폐해를 설명할 계획이다.

전날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이 사직한데 이어 김수현 통영지청장도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하는 글을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렸다. 김 지청장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의 방법으로 사직을 선택했다”면서 “(검수완박 시) ‘검사’가 아님에도 이름만 남은 검사로 이 직을 유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후배들에게 껍데기만 남은 조직을 물려주는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지청장은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한동훈 검사장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지청장은 “특정 세력에 편중된 인사를 하여 검수완박이라는 외부 족쇄에 더해 격렬한 내부분열이라는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부디 내부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고 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형평 인사를 해 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간청한다”고 했다.

현직 검사들의 사직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검찰청은 이르면 다음 주 전국 평검사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12일 대전지검 평검사 일동은 검찰 내부망에 전국 평검사 대표들이 모여 검수완박 대응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전국 2000여 명의 평검사를 대표하는 각 검찰청의 평검사들이 일부 모이는 형태가 될 예정이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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