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성소수자의 기본권 보장과 차별 차단 등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인권위는 13일 “국회의장에게 성소수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주거·의료·재산분할 등 성소수자의 생활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보호기능 등이 포함된 법률을 제정할 것과, 실재하는 다양한 가족형태와 가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수용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국회 계류 중인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내외에 거주하는 성소수자 커플 1056명은 “헌법 제36조에 명시된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주거권, 노동권, 사회보장권, 건강권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차별을 겪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동성 커플에게 어떠한 공적인 인정도 하지 않은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시정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새롭고 다양한 가족형태가 출현하고 그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현행 법·제도는 여전히 기존의 전통적 가족 개념을 근거로 하고 있어 실재하는 생활공동체가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생활공동체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흐름에 비춰 보더라도 국내 법과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외 입법례를 살펴본 결과, 약 60개국에선 ‘법률혼을 통한 가족구성의 선택권’을 이성애 중심 관계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법률혼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가가 여전히 남녀간 혼인과 그에 기초한 혈연관계만을 가족구성의 토대로 인정하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우리 사회의 가족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성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해 혼인이나 혈연 외로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 관계를 규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하면 전통적 가족이 붕괴되고 가족이 담당해온 순기능이 사라지는 등 사회가 혼란스러울 것이란 우려는 앞서 법을 시행한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근거가 희박하다”고 했다.
이어 “그간 법 제정 논의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유보돼왔으나,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허용될 수 없다는 헌법정신과 국제인권규범의 원칙에 근거해 국가는 모든 구성원의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법률 제정은 그 구체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혼인·혈연·입양 중심으로 정의된 가족 개념을 삭제하고 ‘누구든지 가족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가 조속히 심의·의결해 개정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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