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제한 첫날…점주·손님 “불편하지만 옳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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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일 1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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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 규제가 4월 1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속 현장의 반발 등으로 인해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은 사실상 무기한 유예될 전망이다. 31일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여 있다. 2022.3.31/뉴스1 © News1
매장 내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 규제가 4월 1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속 현장의 반발 등으로 인해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은 사실상 무기한 유예될 전망이다. 31일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여 있다. 2022.3.31/뉴스1 © News1
“매장에 단 5분을 계셔도 오늘부턴 머그컵이나 유리잔에 드셔야 돼요.”

1일부터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제한되면서 카페에선 오전부터 해당 내용을 손님에게 안내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오전 8시반쯤 방문한 서울 성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이른 시간부터 직장인과 학생 등 손님이 몰려 붐볐다. 매장 내 손님들은 모두 머그잔과 유리잔 등 다회용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4월1일부터 시행된 영향이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2018년 8월부터 한차례 시행됐다가 2020년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태였다.

다만 정부는 시행규칙 재개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회용품 사용을 원하는 소비자와 매장 직원 및 업주들의 갈등이 예상되자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계도 위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많은 카페들은 계도 기간임에도 일찌감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등 정부정책에 협조했다. 하지만 일부 카페에선 규제가 지켜지지 않았고, 손님과 직원·점주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9시쯤 찾은 뚝섬역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카운터 앞에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품이 4월1일부터 사용 금지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매장 내에는 이밖에도 ‘빨대 없는 리드 사용’, ‘개인컵이나 다회용기 사용 동참’ 등 다양한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주문을 받는 직원의 안내에도 일부 손님들은 일회용기에 음료를 포장한 뒤 그대로 매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30분 간격으로 매장을 돌며 “매장 이용하시면 다회용기에 옮겨드리겠다”고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중 일부 손님은 “곧 나갈 건데 왜 그러냐”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첫날부터 규제를 엄격히 적용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일부 개인 카페에선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왕십리역 인근에 있는 개인 카페에선 여전히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컵과 포크 등이 사용되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카페 사장은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싶지만 설거지 문제 때문에 카페를 혼자 운영 중인 입장에선 당장은 어렵다”며 “조만간 사람을 구해 규제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장 내 일회용컵이 다시 금지된 가운데 1일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점원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2022.4.1/뉴스1 © News1
매장 내 일회용컵이 다시 금지된 가운데 1일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점원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2022.4.1/뉴스1 © News1

성수역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심모씨(36·여)는 “규제를 시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존 용기보다 비싼 이중종이컵이나 종이로 된 내열 용기 등을 미리 준비했다”며 “비용 문제 때문에 고민했지만, 거스를 수 없고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규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성수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32·남)는 “불편하지만 길을 가다가 버려진 플라스틱 컵들을 보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모두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류모씨(33·여)는 “카페 안에서 마시는데 굳이 일회용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어차피 마시다가 중간에 나가면 포장용기에 다시 담아주니까 손님 입장에선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고 밝혔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많은 카페 점주들이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랬다저랬다하는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걱정한다”며 “규제의 책임과 비용적 측면을 업주한테만 전가하는 부분도 불만”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친환경적인 생분해되는 용기 등을 사용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정 부분은 정부가 지원해주는 등 지원책은 빠졌다”며 “홍보도 사용자 한쪽에만 할 게 아니라 이용자한테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협동 차원에선 다음주쯤에 환경부와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며 “일회용품 사용규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컵 보증금 제도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저희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 폐기물은 2019년 대비 2020년에 플라스틱류 19%, 발포수지류 14%, 비닐류 9%가 증가했다. 또 생활계 폐기물 중 분리배출된 폐합성수지류(플라스틱)는 2018년 145만톤과 2019년 131만톤에서 2020년 251만톤으로 두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규제는 Δ1회용 컵(합성수지·금속박 재질) Δ1회용 접시와 용기 Δ1회용 수저 Δ1회용 포크·나이프 Δ1회용 비닐식탁보 Δ1회용 나무젓가락 Δ1회용 이쑤시개 등 18개 품목에 적용된다.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시려면 플라스틱 컵이 아닌 머그잔과 유리컵 등 다회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일회용 봉투와 쇼핑백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종이 재질이나 가루 발생 등을 이유로 별도 보관이 필요한 제품을 담기 위해 사용하는 합성수지 재질의 봉투는 예외다.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도 11월24일부터 규제 품목에 추가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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