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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성남도개공 “백현동, 과도한 옹벽 안돼”… ‘50m 옹벽’ 7년전 이미 경고

입력 2021-12-07 03:00업데이트 2021-12-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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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발 타당성보고서 작성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밴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단지. 최대 50m 높이의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니 이용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익성 중심의 난개발이 추진될 우려가 있다. 재해안전성과 경관적 측면을 고려해 과도한 옹벽 설치를 지양해야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민관합동개발 추진을 검토하며 수행한 연구용역 자료에는 이처럼 백현동 개발사업이 민간개발로 진행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구체적 경고가 담긴 것으로 6일 밝혀졌다.

그럼에도 백현동 사업은 민관합동개발이 아닌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66) 주도의 민간개발로 진행됐다. 결국 최대 50m 높이의 옹벽을 세우는 방법으로 개발 면적을 최대한 넓혀 건설된 1223채 규모의 아파트단지는 안전성 등의 문제로 올 6월 준공 승인이 보류됐다.

○ ‘50m 옹벽’ 난개발 7년 전 이미 경고

성남시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에게 제출한 A4용지 191쪽 분량의 ‘한국식품연구원 이전 예정부지 활용방안 타당성조사 보고’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4년 3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민간에 매각돼 개발될 경우 난개발 추진이 우려된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 같은 해 5월 그 결과를 성남시에 보고했다.

약 11만 m² 넓이의 백현동 사업부지는 대부분이 경사지로 그중 31%는 경사도가 20도를 넘었고 개발면적을 넓히기 위해 더 경사진 땅까지 개발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사업성 향상을 위해 경사지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개발면적은 전체 부지의 60%가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5m 높이의 옹벽 건설을 계획했다.

그러나 실제 민간개발 추진 과정에서 개발면적은 전체 부지의 70%까지 늘어났고 아파트 바로 옆에 최대 50m 높이의 옹벽이 세워졌다. 결국 성남시는 올 6월 안전성 등을 문제로 아파트 일부 건물에 대한 준공 승인을 보류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전 문제와 함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예고된 특혜 논란


보고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민관합동개발이 최적의 사업 방식이라고 결론내리고 단순 민간개발의 경우 “업체에 대한 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6년 2월 최종적으로 백현동 사업에서 손을 뗐고 공공의 참여 없이 정 대표가 사업을 진행하는 민간개발 방안이 확정되며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성남시는 그 대가로 정 대표에게 연구개발(R&D) 용지 2만5000m²(당시 1100억 원 상당)와 주변 공원 등을 기부채납받았다. 그러나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 지분은 모두 민간이 나눠 가진 구조여서 3143억 원의 분양 수익은 성남시가 조금도 가져가지 못했다.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은 연구개발 용지 등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대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매매 계약 직전인 2015년 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2006년 성남시장 선거 출마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한국하우징기술 김인섭 전 대표(68)를 영입한 점도 특혜 의혹을 키웠다. 정 대표는 사업 인허가 시기를 전후한 2015년 8월∼2016년 5월 5차례에 걸쳐 김 전 대표에게 총 2억3000만 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달 1일 김 전 대표가 사업에 영입된 뒤 성남시가 2015년 4월 이 후보의 결재를 거쳐 ‘자연녹지→준주거지 용도변경’ 등의 결정을 내린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감사에 착수했다. 검찰과 경찰도 지난달 백현동 사업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 중이다.

박 의원은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 후보가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성남시가 이를 무시했다”며 “철저한 감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특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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