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요수소, 차량 전환에 신중, 왜?…“장기영향 미지수”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16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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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당국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용도 전환한 요소수가 장기적으로 환경과 경유차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용도 전환은 시급한 품귀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임시방편으로 제시됐다. 당국이 조사한 산업용 요소수 종류는 2종, 시험 기간도 11일에 불과한 점도 있다. 당국은 추가 시험과 전환 결정에 거듭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지 시험한 결과 추가로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16일 발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제철소나 화력발전 등에 쓰이는 산업용 요소 6종의 농도를 차량용으로 맞게 조절한 시료 중 중·상 수준의 알데히드 농도를 가진 2종을 경유차에 주입해 실제 주행 시 나오는 배출가스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등의 배출량은 대기오염물질 규제 기준을 넘지 않았다. 차량용 요소수 주입 후 배출량을 비교해도 월등하게 많거나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SCR) 고장 등도 이번 시험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해도 환경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크게 문제없을 것이란 보이지만, 당국은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알데히드 등은 일반적으로 SCR 성능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지만, 환경적인 문제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단기간 시험으로는 SCR에 특별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추가 시험과 성분 분석을 통해 시료와 차종을 다양화해 추가 실험을 진행하면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요소수 제조업체, 자동차 제작사, 전문가들은 환경 영향과 SCR 안전성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추가 시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요소수별로 성분 함량 차이가 커 용도 전환이 가능한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선 전환 적합성을 보려면 차량용에 적용되는 18개 기준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이 18개 기준은 배출가스 기준과 차량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표다. 반면, 별다른 기준이 없는 산업용 요소수는 널리 사용될 수 있지만, 까다로운 차량용 기준에 맞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특히 11일간 차량 1종을 활용해 요소수 시료 2개를 시험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모든 SCR 경유 차종 적용 가능성, 요소수가 장기적으로 SCR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기에는 부족하다.

김승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환경부는 안전에 대해서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해치지 않는 범위를 검토하기 위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시험을) 차량 1종에서만 했고, 18개 기준이 있는 차량용과 달리 산업용은 기준이 없다. 기준을 어느 범위로 할지에 대한 전문가 지적도 있어 판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당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험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수급이 원활한 산업용 요소 가운데 환경성과 안전성이 충족될 것이라 판단된 6종 중 2종을 선별했다. 산업용 요소 비축분이 충분하지 않고, 적은 물량만 남은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면 실제 요소수 품귀 사태를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 시험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 교통환경연구소 내 배출가스 시험이 가능한 시설은 두 곳밖에 없다. 차량 선별과 시험을 위한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번 시험 과정에서 연구소 인력이 밤낮없이 총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과학원에서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써서 시험했다. 시간도 짧아서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라며 “전환에 대해선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결과 기술 검토가 충분히 필요하다는 컨센서스(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알데히드 농도가 더 낮은 시료 2개를 대상으로 추가 시험할 예정이다. 또 3.5t급 마이티 트럭을 대상으로도 기술 검토를 진행한다. 과학원은 이번 주 추가 시험에 착수해 다음 주 중 결과를 낼 계획이다.

단, 당국은 용도 전환 결정에 거듭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더라도 정책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요소수별) 성분 편차도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 정부에서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단지 기술적 검토만으로는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 환경성, 안전성에 덧붙여 수급 상황 등의 정책적인 부분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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