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때문에 못 맞는 건데…백신 미접종자들 곳곳서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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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9일 08시 30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들이 곳곳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특정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백신 접종 완료자 우대’ 등 사회 곳곳에서 역차별 벽에 부딪히고 있다.© 뉴스1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들이 곳곳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특정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백신 접종 완료자 우대’ 등 사회 곳곳에서 역차별 벽에 부딪히고 있다.© 뉴스1
#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선천성 심장판막협착증 기저질환을 가진 고교 2학년 A양(18)은 부모와 자신 모두 부작용 발생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접종을 마친 반 친구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나도 맞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소외시키는 친구들은 없지만 ‘접종자 그룹’에 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그리 유쾌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들이 곳곳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백신 접종을 고의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 기저질환 등으로 ‘못 맞는’것인데 특정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백신 접종 완료자 우대’ 등 사회 곳곳에서 역차별 벽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방역 및 교육당국이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 적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역을 무기로 접종을 강요하거나 역차별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9일 대전시 및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방역패스’는 방역당국이 감염 전파 위험이 높은 고위험 시설 이용을 제한한다는 강제적 장치다.

지난 8일 0시기준 대전지역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145만 4011명) 대비 1차 78.7%(114만 3077명), 2차 74.3%(108만 637명)로 집계됐다.

미접종자 대부분이 영·유아 및 18세 이하 청소년인 점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 다중이용시설 출입에 제한을 받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방역당국이 ‘자율접종’대상인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도 ‘방역 패스’ 적용을 논의하자 학부모·학생·교사들 사이에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방역당국이 12~17세 ‘자율접종’원칙에 따라 예약률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8일 0시 기준 전국 12~17세 276만8836명 가운데 1차 접종 완료자는 60만5714명으로 21.9%로 집계됐다.

이처럼 접종률이 낮은 것은 학부모 및 학생들이 접종 후 부작용을 우려해 선뜻 접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백신 미접종에 따른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던 방역·교육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방역당국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학부모, 학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1 자녀들 둔 서구 둔산동 거주 직장인 B씨(55)는 “당초 정부가 소아·청소년은 확진돼도 중증·사망 위험이 낮고 백신 부작용 우려도 있는 만큼 자율접종에 맡긴다고 발표해놓고 순식간에 뒤집고 있다”며 “백신 맞는다고 감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닌데 왜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모 고등학교 교사 C씨(53)는 “성인들과 달리 또래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백신 접종과 관련해 학교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라며 “맞았다고 혜택이 있고, 안 맞았다고 불이익을 당하는 교실이 돼선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학생들의 접종은 전적으로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여부는 과외생 모집, 편의점 아르바이트 지원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명 단위의 그룹과외 수강생을 받지 못해 수입이 급감했다는 과외교습소 원장 D씨(43·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 2년간 1대1 과외만 진행해 왔다”며 “위드코로나에 맞춰 그룹과외 수강생 모집 아파트 게시판 광고를 했는데 백신 접종 증명서까지 첨부했다. 접종완료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웃프다”고 털어놨다.

실제,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이 최근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 557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직원을 신규 채용할 때 백신 접종 유무를 확인할 계획인가’에 대한 질문에 79.4%가 ‘백신접종 완료 유무를 확인하겠다’고 응답해 미접종자들에 대한 차별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위드코로나 이후 첫 주일을 보낸 대전지역 교회들도 모처럼 활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Δ백신접종자만 입장할 경우 무제한 Δ접종자와 미접종자가 함께 예배에 참여할 경우 예배실 좌석 수 50%까지 입장할 수 있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미접종자에 대한 역차별은 이곳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특히, 위드코로나 시행에 따라 성가대와 찬양팀 역시 다시 설 수 있게 됐는데, 이 역시 ‘백신 접종 완료자들로 구성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이밖에 민간 기업 및 단체가 주관하는 세미나 등 각종 행사에서 자체적으로 ‘방역패스’를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등 이래저래 ‘백신 미접종자들’의 서러움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전 중구 소재 신경정신과 전문의 E씨(58·여)는 “미접종자 대부분이 기저질환 등 백신 접종에 부담을 갖고 있는 분들이다.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를 발급받으면 되지만, 사실 그마저도 까다롭다”며 “위드코로나 세상이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갈등의 장이 돼선 안 된다. 서로 간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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