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확진 급증에 ‘방역패스’ 만지작…“도입 불가피” vs “모순된 정책”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5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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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병원에서 청소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서울 한 병원에서 청소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감염병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18세 이하에도 ‘방역패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소아·청소년이 감염병 전파의 약한 고리가 된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교육계에서는 접종을 강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5일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추후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놔 찬반 논의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관련 관계부처와 현장에서 의견은 있으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추후 예방접종률과 위험도 등을 보면서 논의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 등 고위험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 완료자나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이용을 허락했다.

다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은 백신패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최근 해당 연령대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4일) 발생한 2344명의 확진자 가운데 19세 이하는 542명으로 23.1%를 차지했다. 지난달 4일 16.9%를 나타낸 것과 비교해 한 달 만에 6.2%P 상승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평균 학생 확진자는 349.6명을 기록해 1주일 단위로 역대 가장 많았다. 1주일간 일평균 학생 확진자가 300명 이상 발생한 것도 처음이다.

감염병 전문가 사이에서는 소아·청소년에 대해서도 방역패스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소아·청소년 유행이 가족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방역패스는 당연한 조치”라며 “학습에 꼭 필요한 시설이 아닌 경우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단기간에 빠르게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의 고위험 시설이 많아지면 학교 내 감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다중이용시설과 학교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면 소아·청소년도 방역패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와 천 교수는 다만 소아·청소년에 대한 자율 접종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온전히 학생과 학부모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다만 사회 전체의 방역 강화 차원에서 일부 시설 이용에 대한 제약은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PC방이나 노래방 같은 청소년이 자주 드나드는 시설에 방역패스가 적용되면 사실상 접종을 강제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소아·청소년은 또래집단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맞지 않으려던 학생도 같이 어울리기 위해 억지로 맞는 경우도 다수 발생할 것”이라며 “접종을 자율에 맡겨 놓고서 맞지 않을 수 없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오는 22일부터 수도권도 전면 등교하는 상황에서 학생 확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일부 제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방역패스를 적용하면 차별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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