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민주화 보상금 받아도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

박상준 기자 입력 2021-10-21 21:49수정 2021-10-2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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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경우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과거 판결을 취소하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이 긴급조치 피해자와 관련해 과거 대법원 판결을 재심 대상으로 심리해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긴급조치 1호’ 피해자 오종상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심에서 2016년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오 씨에게 1억1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오 씨는 1974년 버스 옆자리 승객에게 정부 시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가 유언비어를 날조·유포 했다는 혐의(긴급조치 1호 위반)로 중앙정보부에 강제로 연행돼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징역 3년을 확정 받은 오 씨는 옥살이를 하다 만기 출소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는 2007년 오 씨 사건을 ‘위헌적인 긴급조치로 인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이에 오 씨는 형사사건 재심을 청구해 2010년 무죄를 확정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12억8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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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2년 국가배상 소송 1심은 오 씨가 2005년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 4255만 원을 받았기 때문에 국가에 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화보상법은 “보상금을 신청한 피해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에 대해 국가와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2심은 1심과 달리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며 오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016년 대법원은 1심 결론을 받아들이며 국가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오 씨는 헌재로부터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에 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화해 간주’ 조항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오 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며 “헌재 결정은 법원에 기속력이 있고 오 씨의 재심 사유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 씨는 대법원 판결 4일 뒤인 이달 4일 세상을 떠났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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