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0.1%만 들어가는 한국의 실버타운 [서영아의 100세 카페]

서영아 기자 입력 2021-07-25 09:00수정 2021-07-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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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어디서 살지? - 주거탐구] 〈4〉
모든 비용 스스로 부담하는 유료 노인복지 시설
시니어 친화적 시설과 서비스 강점, 높은 비용은 약점
분양형은 말썽 빚자 2015년부터 없어져
부유층은 실버타운, 저소득층은 공공임대실버주택…중산층은 각자도생
노년의 시간을 어디서 보내느냐는 노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이 들어서도 존엄을 지키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갈 공간은 어디일까. 혼자 힘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시니어라면 실버타운이 떠오른다.

실버타운은 노후 생활에 필요한 의료 시설과 오락 시설, 체력단련 시설 등을 갖추고 식사 관리, 생활 편의, 건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노인복지주택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을 지원하는 양로원이나 요양원과 달리 입주자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된다. 비슷한 개념의 유료 노인 주거시설을 일본에서는 유료 노인홈, 미국은 은퇴공동체(Retirement Community)라 부른다.

노년의 거주 공간은 노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독립적인 삶과 건강, 여가를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동아일보 DB


○달라진 한국의 고령자, “자녀와 독립해 내 생활 즐기겠다”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중 노인 단독가구(독거+부부 가구)는 78.2%에 달해 2008년 같은 조사 때보다 11.4%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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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자녀와 함께 살겠다’는 고령자는 32.5%에서 12.8%로 줄어 노인과 자녀 세대가 따로 사는 추세는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유는 고령자들의 ‘자립’과 관련이 깊다. 스스로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며 개인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자녀와 따로 살겠다는 고령자가 2011년 39.2%에서 2020년 62%로 급증했다. 해마다 새로 고령자 층에 편입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윗 세대에 비해 본인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서울 성북구에 자리한 도심형 노인복지주택 ‘노블레스 타워’는 2019년 업계 최초로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땄다. 시니어들이 참여한 야간 행사. 동아일보 DB


○건강한 시니어에게 적합한 실버타운
실버타운 입주를 위한 첫째 자격 요건은 ‘건강’과 자립이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도움 없이 혼자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만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한데, 부부라면 한 명만 60세를 넘기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체로 70대 중반~80대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 청소 등 가사 노동이 부담스러워지거나 약간의 돌봄이 필요해진 시기다. 이렇게 입주한 많은 어르신이 “더 일찍 들어올 걸 그랬다”고 후회한다고 한다. 실버타운에서 제공되는 각종 시설과 취미 프로그램, 행사 등을 알차게 이용하려면 조금이라도 활력이 있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

대부분 실버타운은 입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사진은 삼성 노블카운티의 피트니스센터. 동아일보 DB


입주 뒤 살면서 생긴 문제는 허용되지만 신규 회원은 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가령 건강한 상태로 입주한 뒤 몇 년 살다가 인지증(치매)을 앓게 되면 어느 정도까지는 거주가 가능하지만 이미 증세가 시작된 사람이 새로 입주할 수는 없다. 다만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면 실버타운에서 퇴소해 전문 의료진이 있는 요양 시설이나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일부 실버타운은 케어 홈이나 요양 시설을 함께 운영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옮길 수 있게 돼 있다.

대부분 실버타운은 아파트 전세금 개념과 비슷한 입주 보증금을 내고 매달 관리비와 식비 등 생활비를 낸다. 입주 보증금과 월 생활비는 천차만별이다. 입주 보증금은 실버타운의 위치, 평형대, 시설 수준, 운영 주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최고가 실버타운은 보증금 9억, 생활비 월 300~500만 원
한국의 실버타운 현황을 상세히 알고 싶다면 2014년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가 낸 저서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 엄마’를 참고하길 권한다. 입주민 100여 명 이상 규모의 전국 30개 실버타운을 직접 가보고 입주 보증금과 월 생활비, 위치 및 주변 환경, 생활편의 서비스 등 11개 항목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실었다. 단, 비용 등 숫자는 7년 전 자료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실버타운 중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가는 도심 속 실버타운을 표방한 ‘더클래식500’이다. 보증금 9~10억, 월 생활비 300~500만 원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이웃들의 기부 릴레이 소식이 전해졌던 경기도 용인의 삼성 노블카운티와 함께 최고급 실버타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건국대가 ‘최고급 도심형 실버타운’을 표방해 지은 ‘더클래식500’의 거실 내부 모습. 동아일보 DB

조리장이 입주민별 건강 식단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삼성 노블카운티도 전용 면적 25평 기준 보증금 4억6000만원에 월 생활비 285만원 정도 든다. 초창기에 입주했다가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관정제하고 밥 먹으러 가야 하는 곳’ 등의 수군거림이 적지 않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분들이 모였으니 남의 눈 의식하고 체면치레 경쟁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는 중에도 입주민들은 계속 나이 들어갔고, 몇 차례 물갈이도 겪으면서 자연스레 적절한 질서가 잡혀나갔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가벼워진다. 경기도 가평 청심빌리지는 1년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생활비 110만원이 들고, 강원도의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은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130만원을 내면 된다(모두 1인 기준).

일부 실버타운은 같은 건물에 분양형과 임대형이 섞여 있기도 하다. 분양형의 경우 주택 수에 포함돼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 문제가 발생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대신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매달 내는 생활비는 실버타운 운영 방침에 따라야 한다.

이한세 대표는 책에서 “실버타운은 비싸다고 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버타운의 부침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은 36개소다. 입소 인원은 7925명으로 전체 고령인구 850만 명의 0.1%에도 못 미친다. 극소수만이 실버타운에서 산다는 얘기다.

한국에 처음 들어선 실버타운은 1988년 7월 경기도 수원시에서 문을 연 유당마을이다. 1993년 12월 노인복지법이 개정돼 민간에서도 유료 노인 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자 전국에 실버타운 붐이 일었으나 관리 부실과 운영업체 도산 등 사고가 많았다. 역설적으로 보면 많은 실버타운들이 폐업하다 보니 지금 살아남은 곳들은 대부분 자생력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실버주택을 표방한 일반 아파트형도 있다. 수원 광교의 두산위브, 광교 아르데코, 용인 수지 광교산 아이파크. 용인동백의 스프링카운티 자이 등이다. 이런 아파트 중에는 주민들 사이에 분쟁이 있거나 노인복지주택 기능이 유명무실해져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식당이나 사우나 등 공동이용 시설들을 입주민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폐쇄해버리는 것이다. 주변 부동산 값이 오르면서 일반 아파트처럼 그 대열에 끼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2015년 이후 분양형을 폐지해 아파트형 노인복지주택이 더 만들어질 길이 막혔다.

전국 실버타운 관련 정보를 유튜브에 올리는 문성택 씨 부부. 빨리 60세가 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문성택 씨 제공


○실버타운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50대 부부
실버타운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실버타운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50대 부부 이야기와 노후를 의탁했던 실버타운의 갑작스런 폐쇄 소식에 막막해하는 80대 김 모 교수의 사연을 통해 명암을 살펴보자.

“저희 부부는 60세가 되면 실버타운에 입주하려고 대기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유튜브에 실버타운에 특화된 콘텐츠를 올리고 있는 문성택·유영란 씨 부부. 현재 53세, 52세인 이들은 60세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실버타운에 입주해 노후를 즐기기 위해서다.

문성택 씨는 전북 익산에서 한의사로 일하며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 짬짬이 유튜브에 개설한 ‘공빠TV’ 채널에 콘텐츠를 올린다. 살고 싶은 실버타운을 직접 찾아다니고 공부한 내용을 공유한다. 반 년 동안 올린 실버타운 관련 콘텐츠가 100개를 넘는다.

“(댓글에 드러난 시청자 반응을 보면) 처음에는 욕 많이 먹었습니다. 아직 젊은 사람이 무슨 실버타운 운운하느냐며. 요양원과 실버타운에 대한 구분이 잘 안됐어요. 지금도 어르신들 중에는 실버타운 얘길 꺼내면 ‘날 고려장 하려하느냐’는 반응이 많아요. 하지만 반년 이상 꾸준히 활동하면서 시청자들의 이해도도 높아졌고 댓글도 긍정적인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곳저곳 실버타운 탐방을 가보면 ‘공빠TV 보고 입주했다’는 분들도 적잖이 만납니다.”

○가사노동에서 해방돼 건강 챙기고 여가까지 보장
이런 문 씨 부부가 실버타운에서 살고 싶은 이유는 4가지로 △식사와 건강 △가사노동 해방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 △거주 비용 절감 등이다.

첫째 식사와 건강. “우리나라 실버타운의 가장 큰 장점은 식사가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한의원에서 매일 90대 어르신들까지 진료하면서 느끼는 게 많습니다. 나중에 (배우자가 떠나고) 혼자 남으면 식사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결국은 요양원 신세를 지며 불행한 여생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요. 외국 경우도 식사를 주는 곳들이 있지만 비용이 어마어마하죠.”

실버타운 예찬은 이어진다. “둘째 여성 시니어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식사와 집안 청소만 없어도 여성들이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외국과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강점이에요. 외국 실버타운 중 하우스키핑을 해주는 경우는 비용이 만만치 않죠. 셋째 건강과 여가를 위한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요. 어디 가서 피트니스, 문화센터, 사우나, 도서관, 동호회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려면 비용도 노력도 엄청나지요. 넷째 노후에 대부분의 돈을 집에 깔고 뭉개는 상황이 되는데, 실버타운이 비싸다 해도 서울권 20평대가 보증금 4~5억에 월 200~300만 원 정도죠. 10~20억이 넘는 아파트를 깔고 사는 것에 비하면 쌉니다. 노후를 준비하며 거주 규모를 줄이고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는 ‘실버타운에 꼭 가야할 다섯 사람’으로 △혼자된 모든 남자 노인 △혼자되고 나이 든 여자 △어느 한쪽이 아픈 노인 부부 △해외에서 돌아온 역이민 경우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은 남편 등을 들었다.

이 부부가 연구한 전국 각지의 실버타운 관련 소식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공빠TV’를 찾아보길 권한다.

실버타운의 장점은 가까운 곳에 의료 인력이 대기하고 있어 평소 건강관리는 물론 비상 상황에도 대처하기 쉽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DB


○13년간 잘 살아온 실버타운, 청천벽력 같은 매각 소식
한편으로는 노년을 황망하게 만드는 실버타운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창녕시에 위치한 대형 실버타운 더케이 서드에이지가 그런 경우다. 2007년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설립해 13년간 운영해왔는데, 3월 하순 공제회 측이 갑작스레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8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폐쇄하겠다는 것이었다.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려던 입주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대부분 평생 교직 생활을 하고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온 어른들. 6년간 이곳에서 살아온 80대의 김 모 교수는 4월 4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입주자들의 분위기를 ‘경악’과 ‘망연자실’이란 말로 전했다.

그는 “입주 회원 연령이 상당히 높아져 90대 회원도 적지 않은데 갈 곳을 못 찾는 처지가 됐다”며 “입주자 대부분이 평생 살 생각으로 집을 처분하고 들어왔는데, 최근 10여 년간 집값 폭등으로 다시 집을 사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분들의 여생이 교원공제회 때문에 망가진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방만하고 경직된 경영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했다.

○“어르신들, 연말까지 나가주세요”
4월 말에는 언론에서도 더케이서드에이지의 매각 계획을 알렸다. 기사에 따르면 이곳의 누적적자는 약 235억 원.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 중단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탓에 입주율이 2018년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교직원공제회는 이 실버타운에 683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의 5월 초 블로그에 따르면 공제회 측은 폐쇄를 연말까지로 미루고 약간의 보상금과 이주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입주민들은 하나 둘 이주할 곳을 구해 떠날 채비를 하고 입주자들끼리 인사는 “갈 곳은 정했습니까”가 됐다. 현재는 실버타운 홈페이지도 사라진 상태다. “90이 넘은 어느 여자 회원은 큰 걱정을 하게 되었다. 십년 이상 벗하고 살던 이웃과 헤어져 혼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불안해한다.”(김 교수 블로그)

노년 끝자락에 선 그들에게 이런 처우는 어찌 보면 살아온 평생을 모독하는 일이다. 교직원공제회가 은퇴 교원들에게 이런 대접밖에 못한다는 점도 놀랍지만 당초 수익 사업으로 실버타운을 개장할 당시와 비교하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기댈 곳 없는 중산층 고령자 주거복지
부모나 친지, 본인의 노후 거처를 고민해본 사람은 이렇다할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문 씨는 “고급 실버타운과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공실버임대주택은 아주 잘 돼 있는데, 중산층이 이용할 만한 곳이 별로 없더라”고 지적한다. 돈이 많지도 없지도 않은 어정쩡한 중산층이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다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한국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30%를 넘고 2050년이 되면 40%를 넘어 일본을 앞서게 된다. 이 때가 되면 전 국토의 절반이 실버타운이 되는 셈이다. 고령자가 살기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와 복지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결국 전 국민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알립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이런 인생 2막(가제)’ 제하에 멋진 인생 2막을 만들었거나 준비하는 독자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고자 합니다. 살아온 길과 경력은 제각각이지만 나름의 보람을 갖고 열심히 사시는 분, 멋진 노후라고 박수 받을만한 분, 다른 분들의 노후 설계에 참고가 되거나 공유하고 싶은 분들의 사연을 소개해주십시오. 자천타천 모두 좋습니다.

이메일: 100cafe@donga.com


서영아 기자 sy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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