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수술실 CCTV’ 반대가 기득권 대변? 이재명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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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7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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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17일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비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한국 의료를 파탄으로 몰고 갈 무식한 법안을 밀어붙이고, 새 당 대표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는 데 그저 한숨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이날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에게 ‘국민의 80%가 수술실 CCTV를 찬성하는데 너는 왜 반대하느냐’고 따진다”면서 이렇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CCTV가 있으면 의사들이 의료행위를 소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이 지사가 ‘블랙박스가 있다고 운전자가 소극적으로 운전하느냐?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고 반박한 것에 대해 “참으로 이 지사답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일은 무조건 선인 게 아니며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국민 여론과 맞서 자기주장을 관철시켜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며 “이 지사에게서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또 서 교수는 “이걸 블랙박스에 비유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며 “운전자가 억울한 상황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부착하는 블랙박스가 의료행위를 감시하겠다는 CCTV와 같은 맥락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님은 의사들이 대리수술과 성추행을 마음껏 저지르기 위해 CCTV를 반대한다는 건가”라고 물으며 “범죄를 막고 싶다면 ‘대리수술이나 성추행 적발 시 의사면허를 영구히 취소한다’는 법안을 만들면 되지, 왜 수술실 CCTV처럼 득보다 실이 훨씬 큰 법안을 들고 나오는 걸까”라고 물었다.

서민 “수술실 CCTV 설치하면 불필요한 소송 남발하게 될 것”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 교수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서 교수는 “CCTV는 불필요한 소송을 남발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술의 목적은 환자를 살리는 것이지만, 그 결과가 늘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의사가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가 죽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환자 측은 소송을 하고 싶지만, 의사가 잘못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워 그냥 넘어가는 게 그간의 관례였다. 하지만 수술실 CCTV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며 CCTV 영상을 근거로 억측을 쏟아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그 예로 “‘왜 저 교수가 전공의를 야단치지? 뭔가 잘못된 일이 벌어졌음이 분명해’, ‘이 장면에서 교수가 당황하는 게 보이지? 뭔가 실수를 한 게 분명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환자 측이 제기한 소송에 끌려 다니느라 자기 일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혹시 이 지사님은 산부인과가 왜 ‘기피 과’가 된지 아시느냐. 의사가 실수하지 않는다고 해도, 분만할 때 아이와 산모 중 한 쪽이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이따금씩 나오기 때문”이라며 “CCTV가 없는 지금도 이럴진대, 수많은 소송을 불러올 CCTV가 의무화되면 누가 위험한 수술을 할까”라고 말했다.

또한 서 교수는 “CCTV가 설치되면 전공의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전공의의 수술은 전 세계 교육병원에서 매일같이 행해지는 일”이라며 “이게 대리수술과 다른 점은 교수가 옆에서 수술이 잘 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수술이 생각대로 안 된다면, 교수가 메스를 넘겨받아 사태를 수습하면 될 테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은 교수에게 특진을 신청했지, 전공의가 수술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니까”라며 “CCTV에서 교수 대신 전공의가 수술하는 모습을 본 환자 측은 격분한다. ‘교수에게 수술 받으려고 특진비를 낸 건데 전공의한테 맡겨?’ 이렇게 되면 어느 교수가 전공의에게 수술을 맡길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수술 장면이 담긴 영상이 있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며 “민감한 부위가 그대로 노출되니, 여성 환자 입장에선 더더욱 찜찜할 것이다. 세상에는 여성의 출산이나 수술 장면을 보면서 좋아하는 변태가 있을 수 있으니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게 다 CCTV로 녹화되고, 그 영상이 보관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이 병원에 있는 것”이라며 “물론 엄격히 관리한다고 하겠지만, 의사나 의료 관계자들이 그걸 유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CCTV가 의료사고를 막아줄까”라고 물으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의료사고는 의사들이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게 아니라 불가항력에 의해 일어나는 거니까”라며 “오히려 CCTV는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게 만들어 수술했다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물론 CCTV가 성추행과 대리수술을 막아줄 수는 있겠지만, 이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원아웃제 & 제보자 포상에 의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수술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라며 “OECD 국가 중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나라가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국민 80% 이상 압도적 동의”
앞서 이 지사는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가 수술실 CCTV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혔다”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는) 국민 80% 이상이 압도적으로 동의하는 법안이자 오랜 기간 토론의 과정을 거친 사안”이라며 “의료계 일각에서 ‘의료진 자율에 맡기자’고 하지만 수술실의 의료행위는 단 한 번의 사고로 국민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문제다. 국민은 그 단 한 번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행위가 소극적이 될 거라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다고 소극 운전하느냐’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의 일침이 바로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어린이집 CCTV가 소극 보육을 유발하지 않는 것처럼 수술실 CCTV는 오히려 양심적이고 불법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의료진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의 불법 의료나 성추행 등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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