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협박해 강매”…죽음 몬 중고차 사기, 정부는 1년째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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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12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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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뉴스1 © News1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뉴스1 © News1
# 지난 2월 충북 제천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휴대폰에는 “중고차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메시지가 남아있었다. 실제 경찰 조사 결과, 판매업체는 그에게 차를 싸게 판다고 속인 뒤 시가 200만원짜리 차를 70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돈이 없다고 하자 8시간 동안 감금하고, 강제로 대출까지 받게 했다.

중고차 업계의 폐쇄적 구조로 인해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완전 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진출이 제한됐다.

이후 지난 2019년 2월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되고,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의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결론을 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가 1년 넘게 시간을 끌면서 소비자 피해만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기존 업계만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는 폐쇄적인 중고차 시장 구조로 인해 중고차 업체들은 허위 미끼 매물을 비롯해 침수차·사고차 매물,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산정 등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관행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전일 허위 매물을 미끼로 중고차를 강매한 중고차 딜러 A씨(24) 등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온라인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중고차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이를 보고 찾아온 구매자를 속인 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차를 강매한 혐의다. 사람들이 계약 철회를 요구하면 약관을 이유로 출고비용 환불은 물론 대출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며 다른 차를 구입하라고 압박하고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살 것을 강요했다.

또 ‘허위 매물’뿐만 아니라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중고차 대출 금융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일망타진한 중고차 매매 사기 조직도.(충북경찰청 제공).2021.5.11 © 뉴스1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일망타진한 중고차 매매 사기 조직도.(충북경찰청 제공).2021.5.11 © 뉴스1
렌트카 사업의 수익금 또는 중고차 수출의 이익금을 제공하겠다며 명의 대여와 차량 인도를 요구하고, 저리의 대환대출이나 취업 또는 현금융통이 가능하다며 중고차 대출계약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전일 “중고차 대출 명의를 대여해달라는 제안은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며 “금융사와 중고차 대출 계약을 진행할 경우 본인 명의로 체결된 모든 대출계약의 원리금 상환의무는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중고차 관련 사고가 만연하고,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의 완전 개방을 촉구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이 혼탁한 것은 기존 매매업계만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는 폐쇄적인 시장구조 때문이며, 중고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여 소비자의 선택권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 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범시민 온라인 서명 운동’을 개시했다. 온라인 서명 운동은 시작한 지 28일 만인 지난 9일, 참여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포함하는 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중고차 단체의 반발로 정부가 결정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결론을 미룰 수록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한 달도 안 돼 1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참여한 것은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바라는 불만의 표출”이라며 “중고차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 방지 차원에서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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