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죽노” 칫솔에 락스 칙~ 남편 없는 사이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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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10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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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를 의심해 잠든 아내의 휴대폰 카카오톡 대화를 훔쳐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에게 법원이 선고를 유예했다. 녹음기·카메라 등을 설치해 몰래 녹음·녹화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10일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규철)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47)에게 각각 선고유예와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고유예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씨는 아내 B 씨(46)가 외도한다고 의심해 잠든 아내의 카톡 대화기록을 엿봤다. C 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에는 ‘늙어서 같이 요양원 가자’, ‘추석에 카카오톡 해도 되느냐’, ‘만나자’, 등의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9년 11월부터 위장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A 씨는 이듬해 1월 건강검진에서 위염·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같은 시기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느낀 그는 자신이 주로 쓰는 화장실에서 평소 보지 못한 곰팡이 제거용 락스를 발견했다.

이에 A 씨는 칫솔 등의 방향을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맞춰놓고 출근했고, 퇴근 후 위치가 바뀌어 있자 녹음·녹화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녹음에는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안 죽노’,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몇 달을 지켜봐야 되지’ 등 혼잣말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녹음된 내용이 집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소리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 씨는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청구를 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주거에서 즉시 퇴거하고 직장 등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 보호 명령을 내렸다. A 씨는 같은 달 14일 B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B 씨를 락스를 이용해 상해를 가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특수상해미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A 씨는 본인도 증거 수집 행위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A 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고, 범행 이후 5년이 훨씬 넘도록 피해자 B 씨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관계를 계속 유지했다”며 선고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는 “녹음의 범위를 증거 수집을 위한 범위로 제한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자신의 신체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써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며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적절한 수단을 찾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시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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