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 증진 위해 30년…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NGO’ 발돋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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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다시 희망으로]굿네이버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굿네이버스는 1991년 한국이웃사랑회로 시작된 이후 국내외에서 전문사회복지사업과 국제개발 협력사업을 활발히 수행하며 ‘굶주림 없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설립 당시만 해도 대다수 NGO가 외국 원조 기관의 연장선에서 활동을 이어나간 것과는 달리 굿네이버스는 대한민국 토종 NGO로 시작해 30년 만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NGO로 발돋움했다.

굿네이버스는 1996년 국내 NGO 중 최초로 유엔 경제 사회이사회(ECOSOC)에서 NGO에 부여하는 최상위 지위인 ‘포괄적 협의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4년마다 기관의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 포괄적 협의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엔 DPI·NGO 연례회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2007년에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의 두 번째 목표인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새천년개발목표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국내 NGO 최초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공식 파트너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공신력과 사업 전문성을 토대로 현재 굿네이버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47개국, 212개사업장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을 수행하며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NGO의 도전과 혁신

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인 1992년부터 방글라데시에서의 구호개발사업을 시작으로 ‘한국인의 힘’으로 세계 곳곳에 도움을 전했다. 잦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는 방글라데시 지역 주민들에게 한국의 농업 기술 노하우를 전했고 수도 다카의 빈민 지역에 모자보호센터를 설립해 아동과 여성들을 도왔다. 첫 아프리카 사업국인 케냐에서는 고로고초 지역에 교육센터를 설립했고 단도라 클리닉을 열어 기초 의료 서비스를 지원했다.

특히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는 핵심 가치에 따라 전 세계 긴급구호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전했다.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본격적으로 긴급구호 활동에 뛰어든 이후 이듬해인 1994년에는 국내 NGO 최초로 자이르 고마 지역에 의료진을 파견해 르완다 내전 긴급구호 활동을 펼쳤다. 2015년 네팔 지진 긴급구호 당시 굿네이버스는 고르카 지역 지진 발생 후 12시간 내에 도착해 구호단체 최초로 구호 물품을 배분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굿네이버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굿네이버스 글로벌 전략’을 빠르게 수립해 39개 해외사업국과 지역개발사업장을 중심으로 위생 키트와 식료품 등을 신속하게 지원했다.

휴교령으로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파라과이와 탄자니아에 한국형 교육 방송을 도입해 송출하고 한국산 진단키트와 방역물품을 지원하며 K방역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 되어 준 국내복지사업


굿네이버스는 30년 동안 전문 사회복지사업을 통해 국내 아동의 권리 증진에도 힘써왔다.

1990년대 초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무하던 상황에서 굿네이버스는 국내 민간단체 최초로 아동학대상담센터를 열고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보호와 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동학대 예방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대국민 인식 개선에도 앞장섰다.

이와 같은 노력은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2016년부터는 굿네이버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바탕으로 학대피해아동뿐 아니라 부모, 가족에게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제공해 아동의 안전과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굿네이버스의 대표적인 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인 ‘희망나눔학교’는 한국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결식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방학 중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대상으로 중식 지원, 멘토링, 문화·진로 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비대면 방식의 ‘희망홈스쿨’도 함께 진행해 방학 중 돌봄 공백을 메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연구, 세미나, 정책 제안, 캠페인, 연대 활동 등을 통해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동권리옹호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공감-참여로 이룬 풀뿌리 모금

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감과 참여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나눔 캠페인을 시도하며 새로운 기부 문화를 제시해왔다. 1993년 ‘사랑의 굶기 운동’을 시작으로 시민 참여 기반의 나눔 캠페인을 확대해 나갔고 2009년에는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희망편지쓰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지구촌 빈곤 현실에 공감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나눔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춘 도전은 굿네이버스의 사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09년 고 박용하 홍보대사의 후원으로 세워진 1호 희망학교인 ‘차드 요나스쿨’ 방송에 소개된 이후 ‘희망TV SBS’와 함께하는 ‘아프리카 희망학교 100개 짓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굿네이버스는 2017년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완공한 100호 희망학교와 미디어교육센터에 이르기까지 총 52개 학교를 건립하며 아프리카 아이들의 교육 기회 확대에 기여했다.

굿네이버스는 1998년 홈페이지를 개설함과 동시에 소액 기부 캠페인 ‘100원의 기적’ ‘내 생애 최고의 날’ 등의 다양한 온라인 캠페인을 소개하며 기부 저변 확대에 앞장섰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트렌드에 맞춰 걸음 수만큼 기부되는 ‘스텝포워터’ 앱 등을 출시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현재 굿네이버스는 후원자를 비롯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뉴미디어인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글로벌 자선화보 메이킹 프로젝트 ‘사진실의 광선생님’을 론칭한 뒤 매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나눔 문화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기부 캠페인을 통해 투명한 기부문화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로 새로운 도약


굿네이버스는 3월 28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 엠블럼을 공개했다. 숫자 30과 무한대 기호를 결합한 형태의 엠블럼에는 30년 동안 걸어온 굿네이버스의 발걸음과 전 세계 굿네이버스가 함께 만들어나갈 무한한 가능성이 담겼다.

창립 당시 128명으로 시작한 굿네이버스의 정기 회원은 현재 59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을 비롯해 8개 모금국을 두고 있으며 39개 사업국 212개 사업장에서 다양한 사업의 전문화와 차별화를 꾀할 정도로 사업 규모와 역량 측면에서도 크게 성장했다.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NGO를 넘어 세계 10대 NGO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사회에서도 그 성과를 인정받게 됐다.

굿네이버스는 글로벌 NGO로 재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정책 수립과 모금국 및 해외사업국 지원 기능을 맡는 글로벌 파트너십 센터를 2017년 설립했다. 최근에는 미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산하 재단 설립을 통해 사업 전문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해외사업국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 및 삶의 질 개선을 돕기 위해 2019년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 재단이 설립됐다. 2020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시니어 세대를 중심으로 유산기부 등 새로운 나눔 문화를 제시하기 위해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이 발족됐다.

굿네이버스 창립자인 이일하 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이사장은 “굿네이버스가 쌓아온 30년의 교훈이 앞으로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목적과 기준을 일깨우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며 “굿네이버스는 전문성, 투명성, 지속성 등 3대 사업운영 원칙에 따라 전 세계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역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로 새로운 도약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굿네이버스 30년사’ 발간


굿네이버스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굿네이버스 30년사’를 발간했다.

굿네이버스 30년사에는 기관의 대표 사업인 국내 복지사업, 국제개발협력사업, 대북지원 사업뿐 아니라 모금 및 조직경영의 3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

분야별 사업 성과를 충실히 기술하는 것뿐만 아니라 굿네이버스가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를 객관적으로 연구·분석해 대한민국 NGO 분야의 중요한 기록 자산으로서 보존 가치와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다.

굿네이버스 30년사는 외부 연구진이 자료 수집과 인터뷰 등을 통해 굿네이버스의 역사와 성과를 양적, 질적으로 분석해 학술적 가치도 지닌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비롯해 손혁상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와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집필에 참여해 굿네이버스 각 사업의 30년 역사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유의미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총 2권으로 구성된 굿네이버스 30년사 1권에는 굿네이버스 30년 발자취를 정리한 ‘통사’와 조직경영 및 모금의 역사를 담았다. 2권에는 굿네이버스 대표 사업의 30년 역사와 성과를 부문별로 정리했다. 굿네이버스 30년의 역사적 순간들과 주요 데이터를 화보와 인포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

굿네이버스 30년사는 기관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굿네이버스가 국제개발협력 분야와 국내 사회복지 발전에 미친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굿네이버스 30년사의 집필위원장을 맡은 이봉주 교수는 “한국에서 시작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NGO로 성장한 굿네이버스의 30년 역사를 재조명하고 주요 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게 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굿네이버스가 이뤄낸 도전과 혁신의 기록이 비영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섹터에 널리 공유돼 시민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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