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사망 3세 여아 ‘친엄마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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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전자 감정 결과, 40대 외할머니가 진짜 엄마”
도주-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 엄마와 비슷한 시기 딸 낳은 20대
그동안 자기 아이인줄 알고 키워… 경찰 ‘진짜 외손녀’ 소재 파악 주력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로 알려진 A 씨(가운데)가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김천=뉴시스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로 알려진 A 씨(가운데)가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김천=뉴시스
지난달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방치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세 살 여자아이의 친엄마는 20대 여성이 아닌 아래층에 살던 40대 외할머니로 밝혀졌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이윤호 영장전담 판사는 11일 구미경찰서가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A 씨(48)에 대해 “유전자(DNA) 감정 결과 등에 의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A 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딸 B 씨(22)에게 맡겨 아이의 신체 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봤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구미시 상모사곡동의 한 빌라에서 C 양(3)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19일 경찰은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B 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B 씨가 지난해 8월 C 양을 빈집에 홀로 남겨 두고 이사를 가는 바람에 아이가 숨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B 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라 싫었다”며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B 씨는 전남편이 집을 나가 혼자 아이를 키워 오다 재혼한 남성과 같이 살기 위해 인근 빌라로 이사했다. 구속 당시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외할머니로 알려진 A 씨가 C 양의 친엄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B 씨와 C 양의 DNA를 대조했는데 모녀 관계가 성립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유전자검사 범위를 아래층에 사는 A 씨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동안 아이의 친엄마로 알고 있던 B 씨와 C 양은 자매 관계였던 셈이다.

A 씨는 이 사건의 최초 신고자다. 사건 당시 “지난달 딸이 살던 위층 집주인이 짐을 치워 달라고 해 청소를 하러 들렀다가 숨진 C 양을 발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A 씨는 DNA 검사 결과를 부정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법원에서 기자들을 만난 A 씨는 “딸(C 양)을 낳은 적이 없고 죽은 아이는 딸이 낳았다. 손녀가 맞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은 A 씨가 내연남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출산한 사실을 숨기려고 C 양을 자신의 외손녀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B 씨는 친정 엄마인 A 씨와 임신·출산 시기가 비슷해 그동안 C 양을 자신의 딸로 알고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와 B 씨가 공모해 아이를 바꿔치기하고 C 양을 방치해 숨지게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B 씨가 출산한 또 다른 아이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출생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구미#사망#친엄마미스터리#3세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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