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에 묶인 개 위협에 놀라 넘어진 아이…法 “견주, 손해배상 해야”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3월 4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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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IS
반려견이 행인을 직접 물지 않았어도 위협에 놀라 넘어져 다쳤다면 견주가 치료비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창원지법 김초하 판사는 줄에 묶인 반려견이 행인을 위협해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해 견주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56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A 씨는 2019년 6월 생후 8년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던 중 아파트 화단 앞 나무에 개를 묶어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초등생 B 양(8)이 옆을 지나가는데 A 씨의 반려견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위협에 놀란 B 양은 넘어져 팔꿈치를 다치는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했다. 정신적으로도 트라우마를 겪어 심리치료를 받았다.

B 양의 부모는 A 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A 씨는 “반려견이 성대수술을 해 짖지 못한다”며 “사고 현장의 산책로는 4~5m 정도로 여유가 있어 개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또한 B 양의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가 사건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조정에 회부됐으나 불성립돼 결국 정식 재판에 이르게 됐다. 재판부는 B 양 부모가 청구한 병원 치료비 260여만 원을 전부 인용하고 위자료는 청구된 400만원 중 300만원만 인용했다.

김 판사는 “피해자는 8세 여아인 반면 개는 성견으로 어른 무릎 정도에 오는 중형견”이라며 “A씨의 개는 그 행동과 이빨 등을 고려할 때 주인 외 다른 사람에게는 큰 위험과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갑자기 달려드는 개를 발견하면 뒷걸음질 치거나 놀라 주저앉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라며 “설령 B 양이 도망 등 방어행위를 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B양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정성훈 변호사는 “반려견이 물거나 할퀴는 등 직접적 신체손상을 입힌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손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까지 모두 인정됐다”며 “애견 인구 1000만명을 훨씬 넘긴 요즘 견주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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