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전고법원장 취임사 “법원 조롱거리로 전락…신뢰 회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5일 21시 15분


코멘트
이균용 대전고등법원장 © 뉴스1
이균용 대전고등법원장 © 뉴스1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이균용 신임 대전고등법원장(60·사법연수원 16기)은 9일 취임식을 통해 “정치권력, 여론몰이 꾼, 내부 간섭 등 부당한 영향에 의연한 자세로 용기 있는 사법부를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취임사는 설 연휴 기간에 법관들이 공유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고등법원장의 취임사는 최근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62·15기)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해석이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

이 고등법원장은 “헌법 1조 2항에 기초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이 집단적인 감정표출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국민 정서’나 ‘국민의 의사’를 내세워 어떤 편향된 주장을 실정법에 우선시하려는 위험한 여론몰이가 온 사회를 뒤흔들고 법원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무너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법의 지배를 실현한다는 ‘불변의 이념’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공정하고 충실한 재판절차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외길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불변의 이념’을 가진 사람은 ‘변화하는 현실’에만 끌려 다니는 사람에 비교해 언제나 소수인 것 같지만 역사는 결국 이 소수가 역사를 전진시켜서 사회를 새로운 발전단계로 들어가게 하였다”고도 했다. 취임사가 법원 내부에서 회자되자 이 고등법원장은 주변에 “누군가는 해야 될 말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