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방역방해 무죄에 ‘방역 과잉대응’ 무색해진 경기도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14일 14시 17분


코멘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2월25일 오후 과천 별양동 신천지 본부 강제 조사현장에 들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2월25일 오후 과천 별양동 신천지 본부 강제 조사현장에 들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뉴스1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에게 내려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논란이다.

무엇보다도 신속한 조치와 선제적 예방활동으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애써온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판결이라는 의견과, 방역 현장에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법원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전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총회장에게 죄가 있음을 분명하게 인정한 선고임에도 논란이 뜨겁다. 이 총회장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던 핵심 혐의인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서다.

재판부는 이 같은 선고를 내리면서 “역학조사는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이다. 즉 죄로써 규정이 안 돼 있기에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 총회장은 신천지 설립자로서, 지난해 2월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악화시킨 장본인으로 인식돼 왔다.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60대 신도가 처음 확진된 지난해 2월18일 후 약 일주일 사이 신천지 교인 간 감염 등에 의해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방역당국과 일선 지자체는 ‘원흉’ 신천지를 압박했다. 시설 폐쇄를 명령하고 신도명단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대집행도 감행했다.

경기도는 ‘방역 과잉대응’을 천명하며, 신천지 압박에 앞장섰다. 이 지사는 “군사작전에 준하는 방역을 실시하지 않으면 자칫 제2의 대구 신천지 사태가 경기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며 신천지 과천본부에 대한 강제조사에 나서는 한편 직접 가평 이만희 총회자 별장에 찾아가 진단검사 받을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 현황과 신도 명단을 요구한 것을 두고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기도가 폐쇄 처분한 신천지 박물관 부지를 이 총회장이 무단으로 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법상 폐쇄 조처는 ‘감염병환자가 있는 장소’나 ‘감염병병원체에 오염된 장소’가 대상인데, 이 사건 부지는 이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번 1심 선고를 반대로 보면 법을 어긴 것은 신천지 측이 아닌 과잉행정을 한 경기도가 된다.

경기도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변호사 출신이자 SNS로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이어온 이재명 도지사 역시 ‘이만희 판결’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도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현재 경기도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방역당국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속한 추적·검사가 핵심인 방역 현장에 적지 않은 혼선이 불가피해질 것이 우려되면서 적잖히 걱정하는 모양새다.

정부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일부 교회와 개신교 국제선교단체 인터콥(InterCP)이 운영하는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 등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무죄판단의 근거가 된 부분을 보완해 감염병예방법의 무력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서기호 변호사는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총회장 1심과 관련 “지금 한가한 소리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교인 명단 제출을 판사는 준비단계에 불과하다라는 것인데 감염병예방이라는 건 신속한 대처와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처를 하기 위해서 교인 명단을 달라고 한 것이고 이건(역학조사) 준비단계와 본단계가 구별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라고 하는 그 원리에 너무 집착해 감염병 예방의 특수성을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역학조사의 방법이라고 설문조사, 면접조사 이렇게 나와 있으니까 거기에 해당되지 않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그 역학조사의 방법이라는 문구만 봤지 법 전체의 취지, 숲 전체를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역학조사의 범의를 좁게 해석했다는 의견도 있다.

신장식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서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는 재판부 판단은) 일반적으로 맞다”면서도 “시행령 문구에 보면 감염병 원인 규명과 관련한 사항도 역학조사의 범위 안에 있는데 이걸 아주 좁게, 생물학적·의학적 원인 규명만을 본 것이다. 시행령으로 위임돼있는 부분을 보더라도 좀 넓게 볼 수 있는 부분들은 있었는데 너무 좁게 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