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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3500만원 든 가방 꼭 감싸쥔 승객…“보이스피싱 직감”
뉴스1
업데이트
2020-11-12 14:02
2020년 11월 12일 14시 02분
입력
2020-11-12 07:58
2020년 11월 12일 0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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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귀선씨가 1989년 광주 권총강도사건 범인을 검거한 공로로 받은 표창장.(강귀선씨 제공)© 뉴스1
“광주송정역으로 빨리 가주세요.”
지난 6일 오후 3시2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한 삼거리에서 등산용 가방을 멘 50대 후반의 남성이 급히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아 세웠다.
이 남성은 “광주송정역으로 빨리 가 달라”며 허겁지겁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기사 강귀선씨(65)는 “누구 급히 만나러 가시나 봐요”라며 으레 하는 인사말을 건넸다.
왠지 모르게 상당히 초조해 보이는 남성은 그때부터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송정역 3번 출구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만나러 간다. 금감원 직원이 현금 3500만원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돈을 찾아가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혹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의심을 한 강씨는 백미러로 다시 한번 남성을 쳐다봤다.
3500만원이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꼭 감싸 쥐고 있는 남성은 꽤 초조해 보였다. 정신이 나가거나 거짓말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았다.
강씨는 “금감원 직원을 왜 만나시냐”, “정말로 현금을 찾아가시는 거냐”며 이것저것을 되물었다.
남성은 며칠 전부터 금감원 직원과 통화를 해왔는데 은행 대출받은 게 문제가 생겨 돈을 모두 인출해 금감원 직원에게 직접 전해줘야 한다고 말을 했다.
아내도 모르게 돈을 인출해 급히 송정역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남성을 보자 강씨는 ‘보이스피싱(사기전화)’임을 직감했다.
남성이 그 돈을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이들에게 건네면 3500만원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기존 대출금까지 온전히 떠안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사이 남성에게는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연신 걸려오고 있었다.
“선생님, 그 전화 절대 받지 마세요.”
탑승지점에서 광주송정역까지는 택시로 3분 남짓한 거리. 너무 늦는다면 범인들이 남성을 의심해 도주할 수도 있는 상황. 강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강씨는 송정역을 가는 도중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남성에게 보이스피싱에 관해 설명했다.
금감원 직원이 은행이 아닌 기차역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돈을 인출해 가자고 오라고 하는 것 등 모두 보이스피싱 수법이라고 설명한 후 즉시 이를 112에 신고를 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신고에 사복을 입은 광산경찰서 형사들이 즉시 송정역으로 가 잠복근무 태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남성이 약속 시각에 늦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자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끝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귀선씨는 이튿날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3500만원을 지킬 수 있었다”는 남성의 전화를 받게 됐다.
광주 서구 서창3통장을 맡고 있는 귀선씨는 광산서 자율방범대장, 청소년지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면서 범죄에는 ‘눈이 밝은’ 편이었다.
그가 자율방범대장 활동을 하던 89년도에는 광주 권총 강도 사건의 범인을 잡은 공로로 치안총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평소 어르신들 상대로 보이스피싱 주의는 많이 해드렸는데 젊은 중년 남성이 그러길래 순간 의심을 했다. 그래도 마침 제 택시를 탄 남성분을 도울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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