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들 죽였다” 70대 노모에 ‘무죄’ 선고한 재판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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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3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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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체중이 100㎏을 넘는 건장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노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표극창)는 3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7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의 자백과 딸의 진술 외에 유죄를 선고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으며, 직접적인 증거는 피고인의 자백과 딸의 진술밖에 없다”며 “자백과 진술의 내용도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하는데, 집안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서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허위 진술이 있을 수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부검 결과 피해자는 사건 당시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었으며, 숨지기 전 여동생과 다툴 당시 대화 내용에 비춰 보더라도 과거와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주장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되는데,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건으로 76세 할머니가 체중 102kg 거구의 50대 성인 남성을 숨지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살해 동기와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술을 마시면서 생활한 것은 10개월에서 1년 정도에 불과하고 사망 2개월 전에는 담배를 끊기도 했다”며 “어머니 등 가족 구성원과도 크게 불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 상황에서 피해자의 행패로 피고인으로 하여금 살해할 정도의 욕구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딸 역시도 당시 상황을 논리적으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고, ‘자기(오빠)가 죽고 싶어서 (당시)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라는 엉뚱한 진술도 하고 있으며 착오 진술도 하고 있어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진술과 자백 등에 여러 진실성과 합리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도 왜소한 체구의 70대 노모가 거구의 성인 아들을 수건으로 목 졸라 숨지게 하는 일이 가능한지를 의심했다. A 씨가 딸이나 사위 등 제3자의 죄를 대신 뒤집어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은 “딸과 사위 등 제3자의 개입 의심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는 지난 4월 21일 새벽 0시 57분경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술에 취한 아들 B 씨(50)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112에 직접 신고해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자수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알코올에 의존해 행패를 부려 숨지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사망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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