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분당 주민 차량집회 불허… 현직 판사 “기본권 제약” 반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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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주택 신축관련 행진도 금지… 서울 5곳 “추미애 사퇴” 차량 시위
경찰 “개천절엔 모든 집회 금지”… 야당 “방역 지장 없는데 왜 막나”

26일 보수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 유수지 주차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차량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26일 보수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 유수지 주차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차량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와 경찰이 다음 달 3일 개천절 차량 행진을 비롯한 모든 형식의 집회를 강력 차단할 방침인 가운데 수도권에서 또 다른 차량 집회를 금지하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라 하더라도 차량 집회까지 막는 건 국민의 기본권 제약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수원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서형주)는 26일 ‘분당 서현동 110번지 주민 범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차량 행진의 금지 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 단체는 정부의 신혼희망타운 조성 계획을 철회하라며 차량을 이용한 집회를 신고했으나 경찰이 금지 통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차량을 이용해도 준비나 해산 등의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같은 날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서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차량 행진을 개최했다. 마포유수지 주차장∼서초소방서, 사당 공영주차장∼고속터미널역, 도봉산역 주차장∼신설동역, 신설동역∼왕십리역, 강동 굽은다리역∼강동 공영차고지 등 5개 장소에서 각각 9대 이하, 모두 30여 대의 차량을 이용했다.

이 단체는 개천절에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200대로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의 금지 통고를 받았다. 단체 관계자는 “28일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 기각되면 서울을 20여 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마다 9대 이하의 차량 행진을 신고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집회 ‘쪼개기 신고’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을 쓰는 것으로 금지 대상”이라고 반응했다.

정부는 차량 집회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집회 시도 자체를 철저하고 빈틈없이 차단할 것”이라며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단체들은 이제라도 무모한 행위를 멈추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25일 불법 집회의 차량 운전자는 면허 정지나 취소 등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한 대응이 다소 무리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찰이 (차량 집회에 대해) 이중 삼중 차단을 말하는 것은 정권을 비판할 길목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방역에 지장이 없으면 막을 근거가 있나. 법을 잘 지킨다면 그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위배되지 않는 집회라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게 공권력의 역할”이라 주장했다.

차량 집회를 막을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취소 조항에 차량 시위가 취소 사유가 된다는 직접적인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신체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글은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

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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