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고유민 선수 모친 “내 소중한 자식…진실 밝혀달라”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23일 14시 51분


코멘트

23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고소인 조사
변호인 "저희가 요구하는건 돈 아닌 사과"
지난달 사기·사자 명예훼손 등 혐의 고소
고유민 선수, 지난달 1일 숨진 채 발견돼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전 프로배구 현대건설 소속 선수 고(故) 고유민씨의 모친이 23일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고씨의 모친은 23일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출석하면서 “내게 제일 소중한 건 내 자식이다. 내 자식의 진실을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고씨 유가족의 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저희는 그들(현대건설 배구단)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진정한 사과를 바랄뿐인데 사과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잘 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죄하면 될 문제를 왜 이렇게 오래 끌면서 유가족의 마음을 두번 죽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한번 정도 (구단 쪽에서) 전화가 오긴 했는데 사과를 하려는 게 아니라 한번 떠보고, ‘이제 덮자’는 느낌의 전화였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건 배구단 구단주인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의 피의자 조사이다. 아마 안 나오려고 발버둥 칠 것”이라며 “조사를 빨리 해주셨으면 한다. 결과가 어떻든 결론을 빨리 내달라”고 요구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박 대표를 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사자(死者) 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 및 고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사자 명예훼손 등 혐의는 종로경찰서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수사지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유족은 지난 2017년 4월 이도희 감독 등이 현대건설 배구단에 부임한 뒤 고씨가 주전 자리는 물론 훈련에서도 배제됐고, 레프트 포지션 대신 리베로로 전향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고씨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지난 2월 팀을 이탈했으며 극단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또 유족은 고씨가 지난 3월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를 시켜줄테니 선수계약을 합의 해지하자”는 구단 제안에 따라 계약 해지에 동의했지만 구단은 실제 트레이드를 시켜줄 의사가 전혀 없었고, 고씨를 기망해 4개월치 잔여 급여인 2000만원을 주지 않은 것이 사기 범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유족은 고소장에 “현대건설은 4개월치 연봉을 아끼고자 했고, 이것이 결국 고유민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고 적었다.

유족은 현대건설이 고씨와 선수계약을 해지했음에도 이를 숨긴채 지난 5월1일 한국배구연맹에 고씨에 대한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 연맹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또한 유족은 구단과 고씨의 계약 내용에 위약 예정의 금지, 강제근로의 금지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경기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씨는 지난달 1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걱정한 전 동료가 자택을 찾았다가 숨진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