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하마’ 용인경전철, 주민소송 대상 인정…前시장 책임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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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29일 1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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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먹는 하마’ 지적을 받아온 용인경전철 사업의 책임을 묻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한 주민소송이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주민소송 대상이 넓게 인정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전직 시장 등의 책임을 추가로 따지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안모씨 등 8명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전 시장 등 대부분 청구 대상에 대해 ‘주민소송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대부분을 주민소송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7년 만이다.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주민소송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주민소송과 관련해 대부분 하급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대부분 각하 판단을 해왔다.

재판부는 “주민소송의 대상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원심의 판단처럼 주민감사청구사항과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관련성 여부는 주민감사청구사항의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그로부터 파생되거나 후속하여 발생하는 행위나 사실은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용인시가 한국교통연구원 등으로부터 오류가 있는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았다는 것도 재무회계행위와 관련된 것”이라며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는 것도 주민 소송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했다. 원심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행위 자체가 지자체의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또한 “이정문 전 시장에 대해 이 사건 실시협약 체결행위와 관련이 있는 모든 적극·소극적 행위를 확정하고 법령 위반 등 잘못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정한 뒤 전체적으로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 전 시장의 행위를 개별적으로 나눠 판단한 원심은 주민소송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주민소송 대상 범위를 넓히면서 서정석 전 시장에 대한 추가사업비 부담협약 부분, 김학규 전 시장에 대한 사업방식변경·재가동 업무대금 부분, 정책보좌관 박모씨에 대한 위법한 공무원 임용 부분도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판단 범위가 넓어지면서 향후 인정될 손해배상 액수도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재무회계행위”라며 “이번 판결로 지자체장이 사업 적정성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해 지자체에 손해를 입혔다면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이 명시적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소송단은 선고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 스스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것으로 전향적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정책보좌관 박씨의 불법행위에 김학규 전 시장 책임이 있다는 점은 받아들이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탄생한 용인경전철의 손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으나, 원고에 대한 과도한 증명 책임 부과로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을 하기 어려웠다”며 “앞으로 파기환송에서 적극적인 재판 준비로 주민소송의 의미를 확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인시는 김학규 전 시장 재임시절인 2011년, 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준공검사를 반려해 운영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소송을 당해 배상금 7786억원을 물어줬다.

주민소송단은 2013년 10월 “매년 470억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경전철 사업비를 배상하라”며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1조32억원 상당의 행정소송을 냈다.

현행법상 주민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의 요구에 따라 시가 사업을 추진한 관련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주민소송단이 시를 통해 배상청구를 요구한 상대는 이정문·서정석·김학규 등 3명의 전직 시장과 전·현직 용인시 공무원, 전직 시의원, 용역기관과 연구원, 건설사 등이다.

앞서 1심은 김 전 시장과 그의 정책보좌관 박씨에 대해서만 법무법인 선정 과정에서 공정한 입찰을 방해해 용인시에 손해를 입힌 책임을 인정, 5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정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심은 “경전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저지른 과실에 대해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과실로 인해 발생한 손해 또한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주민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김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 박씨의 책임을 인정해 10억25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정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경전철 관련 국제중재재판을 받게 된 용인시의 소송 대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높은 입찰금액을 써낸 특정 법무법인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표를 수정해 시에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박씨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김 전 시장에게 있다고 인정한 1심과 달리, 2심은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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