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 분리만 해줬어도”…성추행 신고후 숨진 학생 부모 눈물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14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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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전남의 한 중학교 학생이 사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 News1
동급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전남의 한 중학교 학생이 사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 News1
“가해 학생들에 대해 곧바로 분리조치만 이뤄졌어도 우리 아이가 죽지 않았을 텐데, 분통이 터집니다.”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학생이 사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피해 학생 부모는 학교측이 가해 학생들에 대한 긴급조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피해학생 부모에 따르면 올해 전남의 한 중학교에 입학한 A군(14)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미뤄졌던 등교가 지난 6월 9일 이뤄짐에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첫 등교에 나섰다.

그러나 악몽은 등교 3일째부터 시작됐다.

4명이 한 방을 쓰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A군은 취침시간만 되면 같은 방 친구들로부터 성추행에 시달렸다.

또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게 했고, 엄마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협박도 했다.

이들의 괴롭힘은 다른 방 아이까지 합세해 4명이서 매일 밤마다 계속됐다. 급기야 참다 못해 A군은 등교 열흘만인 지난달 19일 이 내용을 학교에 알렸다.

성폭력 사건을 접수한 학교 측은 신고일이 금요일 오후인 관계로 주말 동안 전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3일 뒤인 22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예방법의 가해학생에 대한 2호 조치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가해 아이들이 버젓이 학교에 나오고 있어, 오히려 피해 학생이 등교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에 피해 학생 부모는 출석정지 등 강력한 분리조치가 안 이뤄졌다며 항의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예방법 5호 조치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가해학생들의 등교는 계속돼 피해 학생이 계속 등교를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지난달 26일 전남도교육청이 가해학생들에게 내려진 5호 조치(특별교육이수)를 집에서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등교 중지가 내려졌다.

하지만 6월29일 등교 의사여부를 물어보기 위해 해당 학교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가해학생 1명이 여전히 학교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A군의 몸 상태는 갑자기 나빠졌다.

A군은 다음날 병원에서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 3일 만인 지난 7월3일 결국 사망했다.

경찰에 제출된 A군의 병원 소견에는 “아이는 성폭력 피해 이후 사건과 연관된 반복적이고 침습적인 기억, 회피, 불안 등의 증상을 보인다”며 “향후 이러한 정서 상태에 대한 평가 및 이에 따른 정신의학적 치료와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조성을 포함한 적절한 위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군의 어머니는 “학교 폭력이 발생했는데도 가해학생은 학교에 가고, 왜 피해 학생이 학교를 못 가야 하냐”며 “학교가 빨리 가해학생과 분리조치만 해 줬어도 우리 아이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다”고 눈물을 흘렸다.

학교로부터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며 “성폭력으로 인해 숨진 것인지 등 사망의 인과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영광=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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