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폭행→협박→무고…‘갑질’ 주민, 집요한 괴롭힘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3일 0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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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난 12일 수사 마무리…구속 기소
주차된 차량 옮겼다는 이유로 폭행 시작
때리고, 가두고, 사표 강요하고, 무고까지
4월27일 하루동안 행위로 4개 혐의 적용

폭행 피해 등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사건과 관련, 수사를 통해 드러난 입주민의 만행은 보는 이의 혀를 차게 만든다. 이 주민은 하루 동안 경비원을 폭행하고, 협박하며 사표를 강요하고, 경찰에 허위 고소장까지 접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한 갑질을 넘어 ‘집요한 괴롭힘’처럼 보이는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전날 서울 강북구 우이동 소재 A아파트 입주민인 음반기획자 심모(48)씨를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심씨는 지난 4월21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직했던 최모씨를 처음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3중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최씨가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심씨는 이후 같은달 27일 최씨를 2차로 폭행하고, 사표를 쓰라고 요구하고, 허위로 경찰에 고소까지 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심씨는 최씨를 경비실 안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는 최씨를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렸다고 한다. 폭행 이유는 앞선 21일 1차 폭행에 대해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씨는 최씨를 폭행한 후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히겠다”는 취지로 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실제 사표를 쓰지는 않았다.

심씨는 이번엔 자신이 경찰서를 찾아갔다. 최씨에게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가 있다며 적반하장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씨가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관리소장 등에게 거짓말을 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검찰은 실제로는 최씨가 폭행 피해를 관리소장 등에게 알린 적이 없다는 점, 폭행이 있었는데 ‘최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한 점 등을 들어 심씨에게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4월27일 하루에 벌인 일로만 심씨는 4개(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감금 및 상해, 강요미수, 무고)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심씨는 지난달 3일에도 최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3차 폭행이었다. 검찰은 최씨가 2차 폭행 피해 하루 뒤인 4월28일 자신을 상해 등 혐의로 고소하자 이를 보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때렸다고 보고 있다.

심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4일 최씨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날 자신이 때려놓고 자신도 최씨에게 폭행을 당해 진단서를 발급 받았고, 이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이다.
뉴시스가 입수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심씨는 “진단서 참조하시고 일단 돈 많이 만들어 놓으셔야 할 것이다. 수술비만 2000만원이 넘고 장애인 등록이 된다니 참 남들 얘기로 ‘머슴’한테 가슴 맞아 넘어져서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 등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다른 사고로 발행받은 진단서를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심씨가 사건 내용과 상관이 없고, 발병일 등을 가린 채 촬영된 별개의 진단서를 보내 최씨를 협박했다고 봤다.

심씨가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된 날 최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아파트 옥상에 오르려 했고, 이를 목격한 주민들이 극단적 선택 시도로 추정하고 말려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달 4일 남긴 음성 유서를 통해 “저 진짜 21일부터 엄청 맞았다”며 “밥 한끼도 못 먹고, 대학교(병원)에 가서 약 타다가 먹었다”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뉴시스가 입수한 다른 음성 유서에서는 최씨가 자신의 식사시간 마다 찾아와 자신을 괴롭혔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최씨가 남긴 5분 분량의 음성 파일 3개를 입수해 들어본 결과, 최씨는 음성 파일에서 수차례 울먹이며 말을 멈췄다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최씨는 지난달 10일 결국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건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심씨와 관련해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들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뒤 법리적 검토를 통해 총 7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공개되는 범죄 사실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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