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부대 병사 ‘황제 병영생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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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실 쓰고 상급자에 빨래 심부름… 부모 재력 때문에 특혜 주고 묵인”
靑,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공개
공군, 감찰 착수 “엄정 조치할 것”

서울의 모 공군부대 소속 병사가 1인 생활관을 사용하고 상급자들에게 빨래 심부름을 시키는 갑질을 일삼는 등 ‘황제 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공군이 감찰에 착수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서울 금천구의 한 공군부대 소속 부사관이라고 밝힌 청원자가 ‘금천구 공군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부대에서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 방조해 오는 비위 행위를 폭로하려고 한다”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이어 “해당 병사의 부대 전입 때 병사들과 부사관 선배들 사이에 그의 아버지가 모 대기업 회장이란 얘기가 돌았다”며 “최근까지도 그 병사 부모가 밤낮으로 부사관 선후배들에게 아들의 병영 생활 문제에 개입해 달라고 전화를 한다고 한다”고 했다.

해당 병사가 상관에게 빨래와 음용수 심부름을 시키고, 1인실 ‘황제 생활관’을 사용 중이라고도 주장했다. 청원자는 “처음에 ‘해당 병사의 빨래와 물 배달을 재정처 아무개 부사관이 하더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 믿지 않았다”며 “이를 수차례 목격했다는 부사관 후배와 병사들의 말을 듣곤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자신의 빨래를 영외로 반출해 가족 비서에게 세탁을 맡기는 과정에서 부사관에게 ‘사역’을 시켰다는 증언과 함께 아예 부대 참모 사이에서 ‘이 사역에 간부를 동원하는 일을 아예 양성화하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어 “병사와 관련된 부사관 선후배의 말에 따르면 해당 병사는 생활관원들과의 불화를 이유로 1인실 황제 생활관을 쓰고 있다고 한다”며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아서 냉방병에 걸렸기 때문이라는데 해당 병사는 팬티 바람으로 생활관에서 지낸다고 한다”고 했다.

이 밖에 ‘해당 병사가 부대 체육대회 때 외출증 없이 부대를 나갔다’, ‘자꾸 외진을 나가서 아빠랑 밥 먹었다는 얘기를 한다’, ‘생활관 샤워실 공사를 병사 부모가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부대 내 전언도 나왔다.

이 병사는 모 중견기업 부회장의 아들로, 부대에서 1인 생활관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철 공군참모총장(대장)은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공군본부 차원에서 청원 내용의 진위를 감찰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토록 지시했다고 공군은 전했다. 군은 이 병사가 1인 생활관에서 지낸 정황을 확인하고 부대 관계자에게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사관 빨래 심부름, 부대 무단이탈 등에 대해서도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명예훼손 내용이 포함되거나 허위 글로 판단되면 청원 글을 삭제할 수 있지만, 청와대도 해당 청원을 공개하기로 했다. 청와대 측은 “공군이 감찰을 진행 중인 사안으로 해당 청원을 계속 공개하기로 했다”며 “공군 감찰과는 별개로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나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답변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박효목 기자
#공군 병사#황제 군 생활#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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