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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결혼식 사회 봤던 그놈, 친아들처럼 대해줬는데…

입력 2020-06-11 16:35업데이트 2020-06-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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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지기 경찰관 폭행 살해한 항공사 승무원
1심 법원 “고의에 의한 살인죄, 징역 18년”
피해자 母 “우리 아들은 죽었는데, 사형시켜달라” 오열
11년 지기 친구였던 현직 경찰관을 폭행해 살해한 항공사 승무원 출신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11일 김모 씨(30)의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8년,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은 미필적 고의라 주장하고 있지만 폭행 강도와 방법, 범행 직후 행동을 비추어 봤을 때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피 씻어내고 여친 집에 가서 잠 청해
사진=뉴스1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13~14일 일어났다. 피고인 김 씨와 피해자 A 씨는 대학동창 사이다.

김 씨는 이전에 성범죄 관련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경찰인 A 씨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고 결국 지난해 11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김 씨는 A 씨에 보답하기 위해 술자리를 약속했고,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점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3차에 걸쳐 약 6시간가량 술을 마셨다.

다툼은 시간이 늦어 집에 가려는 A 씨와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김 씨의 실랑이에서 시작됐다. 김 씨의 집으로 이동한 후에 다툼은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김 씨는 A 씨의 얼굴, 머리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김 씨는 이전에 배운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A 씨 위에 올라타 제압했고, 저항 능력을 상실한 A 씨 머리를 붙잡고 방바닥에 얼굴을 수차례 내리찍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A 씨는 과다출혈과 질식 등으로 숨졌다. 김 씨는 피흘리는 친구를 그대로 내벼려 둔 채 인근에 있는 여자친구의 집으로 이동해 잠을 잔 뒤, 아침에 일어나 범행을 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당한 출혈 등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로 피고인은 저항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어떠한 구호조치 없이, 자기 몸의 묻은 피를 수차례 씻어내고 비어있는 여자친구 집에 가서 잠을 잤다”고 설명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친구
(gettyimagesbank)
김 씨는 2018년 A 씨가 결혼할 때 사회를 봐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A 씨는 김 씨가 고소를 당했을 때 수시로 조언을 해줬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결심공판에서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가장 나쁜 죄질”이라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는 상당히 가까운 친구 사이로 알려졌고, 사회를 봐줄 정도의 사이인데 범행 방법이나 상황 등은 어떤 원한 관계의 살인보다 처참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어 “피해자 어머니는 피해자가 돌연사했다고 생각하고 피고인에게 ‘친구인 네가 얼마나 놀랐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배신감이 처참한 만큼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김 씨는 “A 씨 부모님께서 친아들처럼 대해주셨다. 평생 참회하고 빌며 살겠다”고 말했다.

“술에 취했다”는 변명 안 통해
김 씨의 지난 결심공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수사 초기부터 (피고인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친한 친구를 흥겨운 술자리 끝에 고의로 살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라며 “범행 당시 술자리 등 여러 가지를 볼 때 원인 모를 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과정 중 폭행이 발생한 것이고, 고의로 살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만취해서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범행 이후 행동 등을 보면 나름의 원칙과 판단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피해자가 다량의 피를 흘리고 있었던 점, 범행 장소였던 안방에서 나와 씻고 여자친구 집에 가서 또 한 차례 샤워를 하고 잠을 잔 점 등 범행 이후 행동을 미뤄봤을 때 김 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계획적 범죄가 아니고,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전과가 없다는 점은 양형에 고려했다.

피해자 母 “이게 뭐냐” 오열
이날 법정에 온 피해자의 어머니는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 했다.

A 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죽었는데 18년이 뭐냐. (저런 사람) 살려준다면 어느 놈을 또 때려죽인다. 사형을 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어머니는 울면서 재판부를 향해 “우리 아들은 죽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죽었습니다”라고 반복해 외쳤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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