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투성이 9세 소녀 “아빠가 프라이팬에 손 지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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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계부-친모 아동학대혐의 입건
2018년부터 상습폭행 정황 드러나… 계부 “말 안들어 훈육했다” 학대 부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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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부가 프라이팬을 이용해 손가락에 화상을 입히는 등 부모가 초등학생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A 양(9)을 상습 폭행한 혐의(아동학대) 등으로 의붓아버지(35)와 어머니(27)를 불구속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A 양을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 반경 눈에 멍이 든 채 거리를 배회했다. 당시 A 양은 급하게 도망친 듯 잠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피를 흘린 자국도 보였다. 한 주민이 이를 수상하게 여겼고 A 양을 인근 편의점으로 데려가 약으로 손을 치료하며 사정을 물었다. 당시 A 양의 몸에는 멍 자국이 여러 군데 보였으며 손가락은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A 양은 “아빠가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졌다”며 울먹이며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주민은 경찰에 신고했다.

A 양의 의붓아버지는 경찰조사에서 “딸이 말을 듣지 않아서 훈육했다”면서도 상습 폭행 등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병을 앓는 A 양의 어머니는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A 양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겼으며,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A 양은 상담에서 “2년 넘게 부모 모두에게 딱딱한 막대기 등 도구로 자주 맞았고 마주칠까봐 두렵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에 살던 A 양 가족은 올 1월 창녕으로 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창녕에 온 뒤 학교에 가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양 부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창녕=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아동 학대#계부#상습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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