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 강조… 에너지 기업 밀집, 시너지 효과도 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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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광가속기를 잡아라” 4개 지자체 유치전 치열]
<4>‘에너지 밸리’ 들어선 나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전남도 제공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전남도 제공
전남은 최근 5년 연속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전국 최저 수준(0.5%)으로 연구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국내 첨단연구 인프라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다 보니 호남권에는 대형 연구시설이 전무하다. 전남도는 국가 균형발전과 호남권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2022년 개교하는 한전공대와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분야 기업이 집중된 나주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 국토 균형 발전의 새로운 전기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권은 개발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됐었다. 농어업 중심의 1차 산업과 연구개발 기능이 없는 제조업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이런 과정에서 인구는 줄고 고령화 비율이 높아지면서 인구 소멸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실제로 호남권은 1970년대 643만 명에 달했던 인구가 2019년 515만 명으로 줄었다.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1.94%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다. 재정자립도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가 51.4%였으나 호남권은 23%였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호남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2017년 권역별 국가연구개발예산 비율이 수도권은 35.1%, 충청권은 35.6%인 데 반해 호남권은 7.7%에 그치고 있다. 국내 초대형 연구시설은 충청권에 4곳, 영남권에 3곳, 수도권에 2곳이 있으나 호남권에는 한 곳도 없다.

이민원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광주대 교수)은 “낙후와 소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호남권이 똘똘 뭉쳐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가 대형 연구시설은 기후 변화에 따른 대규모 재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에 분산 배치해 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때 접근성보다는 안전성과 활용도, 잠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고 있다. 스웨덴 맥스포연구소는 스톡홀름에서 600km 떨어진 인구 12만 명의 룬드시에 있다. 일본 슬릿제이도 도쿄에서 350km 거리인 센다이시에 위치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기술 연구를 선도하는 9개 공대와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4개 연구기관이 전국에 분산돼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 에너지 관련 기업 밀집 시너지 효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을 촉구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전남도 제공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을 촉구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전남도 제공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가 들어선 나주는 넓은 부지에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에너지 관련 기업 등이 밀집해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을 비롯해 430개 에너지 기업과 관련 기관 8곳이 몰려 있어 ‘에너지밸리’로 불린다. 에너지융복합산업단지와 에너지신사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것도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유리하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방사광가속기는 에너지 분야의 이용이 50% 정도로 정보통신이나 바이오보다 월등히 높다”며 “빛가람혁신도시와 한전, 에너지밸리, 한전공대를 품은 나주는 에너지 신소재를 개발하는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2년 후 개교하는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를 연계해 산학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전공대를 에너지 특화 강소 대학으로 육성하면서 방사광가속기와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고부가가치 기술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지스트(GIST), 전남대, 전북대 등 호남권 대학의 첨단 연구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국 최초로 광주에 들어서는 인공지능(AI) 기반 산업융합 집적단지와 전북 신성장동력인 농업바이오·탄소산업, 전남의 의료 바이오산업 등 호남권 핵심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230만 명 서명 뜨거운 유치 열기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이 2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유치 열망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범국민 서명 230만 명 돌파 기념식을 갖고 정부와 국회에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호소문을 전달했다. 서명운동은 3월 31일 온·오프라인으로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23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특히 나주의 경우 전체 인구 11만4516명 가운데 10만9527명이 서명에 참여해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다.

유치위는 “방사광가속기가 나주에 구축되면 광주 전남북 등 호남권의 풍부한 산업 인프라 및 자원을 고도화해 첨단 소재, 부품, 장비산업 및 기초과학 진흥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형 연구시설의 특정 지역 편중 해소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용역을 추진하는 등 유치 활동에 나섰다. 3월 10일 호남권 21개 대학 총장과 시장·군수의 지지 성명, 광주 전남북 시도지사 공동건의문 발표로 유치 열기가 확산됐다. 지난달에는 각 대학 교수와 총학생회를 비롯해 상공회의소, 광주시상인연합회 등 호남권 전역에서 지지 성명이 이어졌다. 수도권 500만 향우들의 모임인 광주전남재경향우회와 32개 향우 기업들도 한목소리로 유치를 촉구하는 등 지금까지 200여 개 기관, 단체가 유치 지지 선언을 했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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