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영상부터 만화영화 주인공 변신까지… 배꼽잡는 온라인수업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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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집중력 높이기 위해 선생님들 이색 콘텐츠 제작 활기

서울 대동세무고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수업의 재개발’ 영상. 가수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해 원격수업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유튜브 화면 캡처
서울 대동세무고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수업의 재개발’ 영상. 가수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해 원격수업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유튜브 화면 캡처
“싹 다∼찍어 올려주세요.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모조리 싹 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뮤직비디오 ‘사랑의 재개발’을 패러디한 영상 ‘수업의 재개발―손산슬’의 첫 장면. 선글라스를 끼고 교무실과 교실을 종횡무진하는 주인공은 서울 종로구 대동세무고의 손형호 교사다. 음정도 박자도 엉성하다. 하지만 ‘원격수업’을 설명하기 위해 개사한 노랫말은 귀에 쏙쏙 박힌다. 16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일주일도 안 돼 조회수 2500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을 기획한 손 교사는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지루해하지 않도록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다”며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EBS온라인클래스 ‘쉬어가기’ 코너에 올린다면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은 전례 없는 원격수업에 돌입했다. 접속 지연 같은 기술적 문제들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수업의 질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거나, 참신한 방식으로 원격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교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EBS 시청 방식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 초등학교 1, 2학년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호랑이 선생님’ 이선희 교사가 대표적이다. 이 교사는 구연동화를 하는 듯한 말투로, 때론 ‘호랑이 머리띠’를 착용하고 등장한다. “호랑이 선생님은 너희가 잘못을 하면 그냥 앙∼ 물어버릴 거야” 같은 멘트에 학생들은 깔깔대고 웃기 일쑤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1학년 학부모 이모 씨(39)는 “호랑이 선생님 강의가 재미있어서 아이가 원격수업에 금방 적응했다”고 말했다.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엘사로 변신해 원격수업의 서막을 알린 부산 동성초의 박형규 교장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겨울왕국’의 대표 주제곡인 ‘렛 잇 고(Let It Go)’를 ‘어딨어’로 바꾼 가사를 활용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찾아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에 봄이 왔다는 소식을 알린 것이다. ‘반백살 엘사’의 열연이 담긴 영상에는 ‘역시 공교육은 다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원격수업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실습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방식을 시도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로봇고에서 ‘로봇제작’을 가르치는 곽정근 교사는 이론수업 후 학생들이 만든 ‘코드’를 가지고 ‘온라인 실습’을 진행한다. 각자가 짜놓은 코드를 교사가 기계에 적용해보고 오류를 찾아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50분 정도 걸리는 실습과정을 촬영·편집해 10분 안팎의 동영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강상욱 서울로봇고 교장은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올리는 콘텐츠를 계속 개발한다면 원격수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온라인수업#이색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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